美 양적완화 종료 선언이어 내년 금리인상 카드 만지작… 日, 양적완화 발표 ‘대조적’


‘시계(視界) 제로(0)!’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 선언에 이어 일본이 대규모의 추가 양적 완화를 발표하는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여건들이 급변하면서 가계·기업·정부 등 경제 주체들의 내년 경제 전망이 ‘오리무중(五里霧中)’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이 양적 완화를 종료하고 내년 중 정책금리를 인상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일본은 오히려 양적 완화 규모를 늘리면서 미국과 반대 방향으로 내닫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재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2월 말 발표예정인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편성해야 하는데 대외 변수가 너무 많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때 전제로 한 4.0%에 과연 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대외 변수가 두드러지면서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내년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와 비슷한 3.6%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4.0%보다 하락할 경우 세수 등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므로 내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계와 기업도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 일본의 추가 양적 완화 등으로 주가, 환율, 금리 등 금융 변수들이 요동치면서 내년 살림살이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일본의 추가 양적 완화로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본 제품과 경쟁하고 있는 국내 수출업체들은 채산성 악화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엔·달러 환율과 원·달러 환율 등에 대한 전망치가 나와야 내년 사업계획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데 지금은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가계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2.0%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정기예금에 돈을 묻어두기 어렵고, 주식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부채가 많은 가계의 경우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내년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국내 금리가 높아질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어 경제 주체들의 각별한 경각심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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