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남성 직장인의 책상 풍경. 자동차 미니어처, 지구본, 향초 등 보기만 해도 기분이 전환되는 아이템이 즐비하다.  박동미 기자 pdm@
여의도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남성 직장인의 책상 풍경. 자동차 미니어처, 지구본, 향초 등 보기만 해도 기분이 전환되는 아이템이 즐비하다. 박동미 기자 pdm@
남성 데스크테리어族 카드회사에 다니는 한 직장인 남성은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책상을 꾸밀 물건들을 하나둘 샀다. 마음을 진정시킬 목적으로 산 향초를 시작으로 선인장, 미니 정수기, 미니 선풍기, 디퓨저, 건담·심슨·포켓몬 미니어처 등 아이템이 꾸준히 늘었다.

이제는 과일을 깎기 위한 칼, 블루투스 스피커 등 ‘살림’을 차려도 될 만한 수준까지 왔다. 이 씨는 집을 꾸미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그는 “집에서는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지 않으냐”며 “회사 책상을 예쁘고 실용적으로 꾸며 놓으면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좀 가라앉는 느낌”이라고 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성 곽덕기 씨의 책상 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미니 가습기다. 노트북에 USB를 꽂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이 제품은 건조한 겨울철, 곽 씨뿐 아니라 회사 동료들에게 필수 아이템으로 꼽힌다. 그의 책상에서 결재 서류 사이로 텀블러와 메모지 홀더, 핸드크림, 미스트 등도 보인다. USB로 연결하는 온열 방석과 무릎담요, 털 슬리퍼도 챙겨놨다.

곽 씨는 “자는 시간까지 다 합쳐도 집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면서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챙기다 보니 물건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스트레스의 산실, 집보다 더 많이 머무는 곳.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대한민국에서 회사 사무실이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는 이처럼 ‘어마하다’. 집 인테리어를 넘어, 회사 책상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연유다. 누구도 오래 있고 싶어 하지 않으나, 그래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나마 있고 싶은 공간으로 꾸미려 한다. 수년 전 등장한 책상(Desk),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인 ‘데스크테리어(Deskterior)’는 이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변 공간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채우려는 욕구가 강한 여성들이 데스크테리어를 이끌었지만, 이제는 전자기기와 피규어로 무장한 남성 데스크테리어족이 등장했고, 30∼40대뿐 아니라 경제력을 갖춘 중년 남성 직장인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남성들의 피규어 사랑은 남다르다. 지난 5∼6월 맥도날드가 해피밀 슈퍼마리오 시리즈를 통해 피규어를 증정하자, 20, 30대 뿐만 아니라 40대 남성들이 점심시간에 나와 맥도날드에 진을 치는 장관을 연출했다. 미국 TV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The Simpsons)’ 탄생 25주년을 맞아 레고가 내놓은 한정 피규어도 남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패션브랜드 전문몰 아이스타일24 관계자는 “남성들은 정리함이나 수납장 등 주로 실용적인 용도의 상품들을 선호하지만 최근에는 키덜트(kidult)족이 많이 늘어나 책상을 피규어로 꾸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또한 남성들은 소형 전자기기나 아이디어 상품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블루투스 스피커나 이어폰, USB를 이용한 방석·가습기·선풍기·장갑·슬리퍼 등이 대표적이다. 김해란 아이스타일24 MD는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이 나오면 기존보다 판매량이 20∼30%가량 늘어나고, 특히 남성 고객의 움직임이 크다”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한파의 영향으로 온열 마우스패드 등 발열 아이템의 판매량이 많아졌다”면서 “관련 제품 중에서도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캐릭터 상품이나 장난감같이 디자인된 것들이 더 인기가 많다”고 덧붙였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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