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최고권위 상 거부하며 비판
“훈장선정 정부 할 일 아니다”
경제살리기를 올해 최대 과제로 내세운 프랑수아 올랑드(왼쪽 사진) 프랑스 대통령이 신년 벽두부터 굴욕을 당했다. 지난해 경제서 ‘21세기 자본’으로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토마 피케티(43·오른쪽) 파리경제대(EHESS) 교수가 1일 프랑스 최고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공개 거부하면서 올랑드 정부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피케티 교수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조금 전 내가 훈장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하지만 (훈장을 받을) 영예로운 사람이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게 정부의 몫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훈장을 거절했다. 또 “정부는 훈장보다는 프랑스와 유럽의 경제성장 회복에 집중하라”고 따끔하게 꼬집었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은 1802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제정한 것으로,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대통령궁이 1일 발표한 수상자 목록에는 피케티 이외에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장 티롤 툴루즈 1대 교수와 노벨문학상 수상자 파트리크 모디아노 등을 비롯해 총 691명이 올랐다.
피케티 교수가 집권 사회당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훈장 거부는 올랑드 정부에 상당히 뼈아픈 충격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피케티는 올랑드의 전 연인이자 사회당 전 당수였던 세골렌 루아얄과 특히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루아얄 사회당 후보의 경제자문으로 활동했고, 지난 2012년에는 니콜라 사르코지의 재선을 막기 위해 진보성향의 지식인 42명과 함께 올랑드 사회당 대선 후보에 대한 공개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랑드 대통령이 집권 후 누진 과세 강화 공약을 포기한 것을 비판하는 등 현 정권과 거리를 두고 있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거부한 사람은 피케티 외에도 여러 명이다. 알베르 카뮈,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보부아르는 정부 권력을 거부하며 훈장을 거절했다.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가 레퀴엠(진혼곡) 연주료로 3000프랑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던 정부가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주겠다고 제안하자 “빌어먹을 훈장 대신 돈이나 내놓아라”고 말했던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지난해에는 저명한 만화가 자크 타르티가 수상자로 지명된 직후 “사고와 창조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으로서 현 정권이든 어떤 종류의 정권으로부터든 아무것도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 훈장을 강력하게 거절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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