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리텔링 더해 극적으로 풀어
보르헤스 인터뷰집 상반기 펴내
우상 거부 거장의 말년 성찰 빼곡
여름엔 ‘에리히 프롬 전기’ 내놔
사상과 人性 형성과정 등 그려내
올해는 어떤 책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또 어떤 책이 신드롬을 만들까. 출판을 둘러싼 환경이 그리 녹록지 않지만 출판사마다 ‘야심 찬’ 출간 리스트를 갖고 시작한 2015년, 인물을 중심으로 올해 기대작을 미리 살펴본다. 인물은 독자들이 어떤 분야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데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자기 성찰’, ‘자기 신뢰’, ‘진정한 소통’이 그런 인물들을 통해 충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인물로는 ‘김수환 추기경 전기’(김영사)가 4월 출간된다. ‘간송 전형필’ 등으로 전기작가의 명성을 쌓은 이충렬 작가가 2년 반 정도 작업해 내놓는 책이다. 천주교구의 자료, 추기경을 직접 모신 신부들의 인터뷰를 기초로 스토리텔링을 더해 추기경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놨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추기경을 우리 시대 큰 스승으로 자리매김해 책 전체에 공존의 메시지가 생생하게 풀려나온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추기경이 함께한 한국 현대사의 주요 시간을 담은 사진 100여 장도 수록된다. 원고 2000여 장의 초고가 완성된 상태로, 600쪽 분량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중섭 탄생 100주년(2016년)을 앞두고 1월에 ‘이중섭의 편지’, 미술평론가 최석태의 ‘이중섭 평전’ 개정복간판(현실문화)이 차례로 나온다.
국외 인물로는 아르헨티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미국의 대표적 지성 수전 손태그의 인터뷰집(마음산책)이 상반기에 나오고, 여름엔 ‘에리히 프롬 전기’(로런스 프리드먼 지음·글항아리)가, 가을엔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의 자서전이 출간된다.
보르헤스 인터뷰집은 “나는 단지 나”라며 스스로 우상화를 거부한 거장의 말년 성찰이 빼곡히 담겨 있다. 시력을 잃어가던 순간을 회고하는 이야기부터 시, 언어, 여행에 대한 애정을 밝힌다. 에드거 앨런 포, 프란츠 카프카, 쥘 베른, 루이스 캐럴, 마크 트웨인, 허버트 조지 웰스 등 보르헤스가 사랑한 작가 이야기도 즐겁다. 보르헤스답게 페이지마다 명구가 가득하다. ‘손태그 인터뷰집’은 작가가 원숙기에 접어든 마흔 중반에 ‘롤링스톤’지와 가진 인터뷰를 담았다. 문학, 철학, 심리학, 음악, 미술을 가로지르는 폭넓은 사유와 내밀한 고백이 펼쳐진다. 맹렬하고 지성적인 문화 아이콘으로서의 면모뿐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소유냐 존재냐’ ‘사랑의 기술’로 기억되는 사회심리학자 프롬의 전기는 여러 나라에 여러 언어로 남은 방대한 원고와 자료들을 철저하게 조사해 그의 생애를 재구성한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사상과 인성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어떻게 히브리어 성경 속 예언자들의 모습을 닮아가게 됐는지를 사려 깊게 보여준다. ‘이기적 유전자’로 인기 높은 생물학자 도킨스의 자서전은 지난해 영국에서 1권이 출간됐고, 오는 9월 2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이에 김영사는 9월에 1, 2권을 한꺼번에 낼 예정이다. 도킨스가 자신만만하게 쓴 자서전의 1권은 어린 시절부터 ‘이기적 유전자’ 출간 전까지를 다뤘고, 2권에는 최근 연구와 자신의 무신론에 대한 설명을 담아낼 예정이다.도킨스답게 꼼꼼하고 치밀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더해, 과학적 접근법으로 쓴 과학자의 일대기라고 한다.
한편 자서전이나 전기는 아니지만 재일 학자 강상중과 긴급 구호 활동가 한비야의 산문집 역시 직접화법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지난해 소설 ‘마음’을 출간했던 강상중은 3월 그 후편 격인 ‘마음의 힘’(사계절)으로 한국 독자를 찾아온다. 책은 소설과 산문이 결합한 형태로,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소설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 주인공이 나이가 들어 만난다는 설정으로 전개되는 독특한 형식이다. 이번에도 아들의 죽음이 모티브가 되지만 개인사에 머물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마음의 힘’을 더 두텁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확대된다. 책 제목이 미정인 한비야의 신작(푸른숲)은 구조 현장에서 느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 떠난 유학을 다녀온 그 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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