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와 루블화 가치 하락이 ‘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으면서, 고유가에 의존해온 러시아 경제구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해 푸틴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정치적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60달러를 유지할 경우 올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의 60%, 재정수입의 절반 이상을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가 균형재정을 유지하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소 105달러를 유지해야 하지만, 이미 100달러 선이 무너진 데다가 50달러 선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때 6000억 달러에 육박했던 러시아 정부의 외화보유액은 지난해 말 현재 3989억 달러로 줄어들었고,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율)은 두 자릿수인 11%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위기가 과연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사태와 푸틴 정권의 실질적 붕괴 및 외교정책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이 올해 초 정크등급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1998년 때와 같은 디폴트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7년 전에 비해 대외채무가 상대적으로 적고, 외환보유액도 아직은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푸틴의 지지율은 80% 대로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나 푸틴 이너서클(최측근)의 붕괴 조짐도 현재로썬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경제상황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게 될 경우 “못 살겠다”는 불만이 중산층과 서민층에서 터져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푸틴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서방 유화책을 취할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경제위기에는 우리 책임도 있다”며 최근 처음으로 경제개혁 실패와 정책적 실수를 인정한 데다가 ‘우크라이나의 연방화’ 포기를 시사했다는 점에서, 서방과의 정면대결 노선을 누그러뜨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와 동유럽에 대한 불개입 의지를 분명히 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제스처를 취한다면, 서방의 경제제재가 상당히 풀릴 수도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푸틴이 경제 실정을 이유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경질할 것이란 설이 러시아 정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만약 국내외의 신망이 높은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을 발탁할 경우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푸틴이 경제위기로 인한 국내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주변국과의 마찰 등 지정학적 갈등을 더욱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 12월 26일 푸틴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군사잠재력 증강과 확대를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는 새 군사교리를 채택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고, 동유럽 국가들의 나토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러시아와 주변국들 간의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등 아시아와는 경제교류 및 외교를 강화하는 ‘피벗 투 아시아’ 정책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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