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어서 집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집에 가서 전기장판을 켜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잠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늦은 밤 일어나 라면을 끓여 먹은 뒤 설거지를 하고, 춥다고 툴툴대다가 멍하니 있고 싶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두려워서였습니다. 제 속에는 아주 하찮게 살고 싶은 욕망과 특별해지고 싶은 욕망이 제멋대로 교차해 있기에 갈팡질팡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미 마음 한편에서는 어떤 뜨거운 것이 올라와 코끝까지 찼습니다. 그리고 고마운 사람들 몇이 눈앞에 떠올랐습니다. 임고을 작가님, 고맙습니다. 제 게으른 글쓰기를 당신은 늘 좋은 언어와 따뜻한 마음, 공정한 시선으로 응원해주었습니다. 나도 당신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L, 고맙습니다. 당신의 대단히 인색한 칭찬과 날카로운 비판은 다른 의미에서 나를 독려했고, 마니악한 당신의 문화 취향은 내 감성의 폭을 넓혀주었습니다. 또한 저와 밥을 먹고, 대화를 하고, 웃고 울었던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이 무심코 말했던 구절들, 스쳐 보였던 눈빛, 내쉬었던 깊은 한숨, 토해냈던 울음과 웃음소리는 각각 전혀 무관한 파편이었다가 이렇게 새로운 맥락에 함께 놓여 완전히 새롭게 숨 쉬게 되었습니다.
예심·본심을 보신 선생님들과 문화일보에도 감사합니다. 특히, 세상의 온갖 당선 소감을 볼 때마다 과연 심사위원께 그렇게도 감사한지가 의문이었는데, 그보다 더한 진심은 없음을 각성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한 번의 당선이 저를 꽤나 특별한 존재로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어쩐지 안심이 되어 밥을 두 공기 먹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에 대해 확신했다가도 불신하기를 반복하는 삶에서 이 상이 큰 힘이 되었음을 절대 부정할 수는 없겠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본명 도은숙
△1979년 충남 서천 출생
△기독교교육, 신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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