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상상력과 단단한 문장력이 예사롭지 않은 <변기통, 주방을 점령하다>는 5년 전 투고돼 본심에 올랐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당시 아쉬웠다고 언급되었던 점이 달라진 것이 없어 기대가 무색해졌다. 작품을 퇴고해서 재평가의 장에 내놓는 일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재활용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
<다정이>는 서툰 면이 많았지만 사랑스러운 상상과 따뜻한 글 덕분에 뭉클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작가는 흔치 않은 동화적 감성을 지닌 듯하니 꾸준히 써나가기를 권하고 싶다.
<모퉁이를 돌면 유령빌라>는 가장 완성도 높은 깔끔한 작품이었지만 왕따 문제라는 보편적인 소재에 대한 새로운 작가적 접근법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왕따 당하는 주요 캐릭터가 지나치게 ‘쿨’해서 오히려 거리감이 생기는 것도 약점이었다.
결국 오랜 토론 끝에, 약간 거칠고 약간 상투적인 데가 있으면서도 묘한 리듬감과 유머,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오인용 식탁과 마지막 비밀 레시피>가 당선작으로 결정되었다.
너무 바쁜 부모와 형에게 줄곧 외면당하면서 세상 떠난 할머니를 그리워하던 아이의 상상이 가족들을 모두 의자로 만들어버렸다가 다시 사람으로 되살려내 화목한 식탁 앞에 앉히는 이 이야기는, 소재는 새로울 것 없었지만 전개 방식에서 독자적인 생기를 가지고 있었다.
모티프와 구조, 문장에서 울퉁불퉁한 지점들을 갈아나가는 연마의 시간을 많이 가질 것을 당부하면서 당선자에게 축하를, 다른 투고자들에게 격려를 보내고 싶다.
심사위원 김서정·황선미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