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 고려대 교수·경영학

노동 분야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노동시장의 양극화다. 그러니 경직적이고 해고가 어려운 대기업의 정규직은 임금·근로시간·고용유연성의 제고가 목표가 돼야 하고, 이미 고용이 극히 유연해 보호막이 거의 없는 워킹푸어 상태인 비정규직은 지금보다 임금이나 근로 조건, 고용 안정을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규직의 경직성 완화, 비정규직의 보호는 균형을 맞춰 동일한 비중으로 같이 실행돼야 하며 과보호된 정규직과 워킹푸어 상태인 비정규직 간의 차이를 줄여서 하나의 큰 중산층 그룹으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궁극적인 노동정책의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정규직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비정규직의 보호막을 강화하는 노동시장 구조 개혁의 정부 안(案)이 지난 연말 발표됐다. 고용노동부의 대책안은 35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가 원할 경우 고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장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고, 3개월(현행 1년) 이상만 근무해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으며, 고용 기간을 채웠는데도 정규직 전환이 안 되면 회사가 별도로 10%의 이직수당을 주도록 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성과가 낮은 노동자의 해고 가이드라인을 신설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노사정위원회의 협상을 앞두고 정부의 의중을 미리 발표한 셈인데, 정부 안에 대해 노·사 모두가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노사정위원회에서의 합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 있어 다음 두 가지를 염두에 두기 바란다.

먼저, 정부의 이러한 정책들은 고민의 흔적이 보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있으며 기본적인 방향성의 설정도 올바른 것으로 보인다. 단, 민간기업의 인사정책이 너무 정부 주도로 이끌려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현장의 노사가 이러한 방안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문제다. 정부가 억지로 강요하면 대기업과 공기업은 받아들이는 시늉을 하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 그러다가 정치 상황이 바뀌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도 익숙한 광경이었다. 정부의 압력에 의한 기업의 억지춘향 격의 제도 도입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있어 현장 노사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현장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당초에 의도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문현답’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노사정 대타협 과정에서 정부는 빛나는 주인공이기보다는 성실한 조연이어야 한다. 정부는 노사 간의 파열음을 극소화하면서도 노사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안을 노사 스스로 도출하도록 조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노사가 자발적으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해야 합의 사항에 대해 소유와 책임의식을 가져서 이 정책에 대한 국민의 수용성이 높아지고 제도가 오래 유지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를 위해선 노사정위원회 같은 사회적 대화 기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 제고와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을 맞바꾸는 대타협을 노사가 자발적으로 이뤄내도록 정부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는 ‘노사 대타협의 후견인’ 역할을 해야 자율 타결도 의미가 있고, 합의 사항도 현장에서 잘 지켜지고 오래 간다.

노사정 대타협은 세계적으로도 몇 년에 한 번 발생할 만큼 어렵다. 2015년에는 기필코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 노사가 자율적으로 양극화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덜어줄 해법을 찾기를 기원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