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실 아나운서 등 ‘언젠가 사랑이…’펴내

‘사랑도 섹스도 관계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관계에서 발전해야 한다. 서로 사랑하는 관계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이 섹스가 아닐까?’

이 대목만 보면 고리타분한 이야기다. 섹스지상주의자인 마광수 씨 같은 남성(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이런 남성은 흔하디 흔하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이야기다. 바로 다음 이야기를 들으면 반응이 좀 달라질까.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서로 충분히 배려해야 하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가식 없이 전달해야 한다. 그를 못 견디게 안아주고 싶을 때, 이렇게 마음을 전해보자. “당신을 따뜻하게 안고 싶어요.”

4인의 여성이 함께 쓴 책 ‘언젠가 사랑이 말을 걸면’(더난 출판·사진)은 표지 이미지의 느낌이 따뜻하다. 그러나 책 속에는 따뜻하다기보다는 뜨거운, 그러다가도 느닷없이 미지근해지고, 어쩔 땐 차갑기조차 한 사랑의 다양한 온도를 담은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여성들의 속내를 털어놓은 이야기라서 여성이 쉽게 공감하겠으나, 남성이 읽으면 더 유익한 책일 듯싶다.

저자는 ‘아나운서 글쟁이’로 유명한 정용실과 방송 작가 송윤경, 홍진윤, 김준영 씨. 방송 일을 통해 만난 이들은 자기들이 겪은 속살 같은 사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책을 써보자고 의기투합했다.

1장 ‘누군가에게 미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송윤경)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사랑에 푹 빠질 수 있는 용기에 대해 말한다. 요즘 유행한다는 ‘썸’ ‘밀당’ 등이 사랑의 상처를 두려워하는 심리에서 나왔음을 갈파하고,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사랑이라고 속삭인다.

2장 ‘수많은 사람 중에 내게 맞는 한 사람’(홍진윤)은 여성의 반쪽인 남성의 속성을 발랄한 문체로 까발린다. 신체적으로 ‘서는’ 것에 대해 민감한 남성들은 조금만 칭찬해줘도 아이처럼 끼루룩거리며 좋아한다는 것. 그런 특성을 잘 이해한 다음에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라고 조언한다.

3장 ‘사랑과 결혼, 그 사이 것들에 대하여’(김준영)는 현실적 조건들에 가로막혀 있는 사랑을 얻기 위한 마음 자세를 되새겨본다. ‘사랑의 정답을 찾기보다 그 과정을 즐겼다면, 내 인생은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았을까.’

4장 ‘우리가 계속 사랑을 꿈꾸는 이유’(정용실)는 밑줄 그어야 할 대목을 많이 갖고 있다. 그것들은 이 책의 주제를 함축하며 긴 여운을 준다. ‘사랑은 이렇게 시간을, 공간을, 책 한 권을, 한 잔의 커피를 다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나이가 들어도 나는 사랑할 것이다. 사랑받기를 기대하며 사랑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조용히 내 안에 작은 사랑의 불씨를 켜두어야겠다. 그것이 사랑 안에서 영원히 사는 길일 테니.”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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