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록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2014년을 기점으로 중국 경제가 세계 두 번째로 국내총생산(GDP) 10조(兆) 달러 클럽에 진입했을 것이다. 1차 목표였던 1조 달러를 달성한 지 꼭 16년 만이다. 초고속 성장과 평가절상의 결과다.

1인당 소득도 1만 달러 시대에 성큼 다가섰다. 전국 평균치는 7300달러로 추정된다. 경제 규모의 팽창으로 대외 경제의존도도 축소됐다. 그 대신 내수만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동력을 확보했다. 시속 300㎞의 고속철도가 꽉꽉 차고, 200㎞마다 승객을 쏟아낸다. 현 중국을 이끄는 주력군이 1950년 이후 출생자로, 모두 정규교육을 받았다. 보고 배운 게 많기에 시장과 혁신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국부를 지키기 위한 예비 조치로 자국 통화의 국제화에도 나서고 있다. 경제 전망이 나쁘지 않은 이유다.

한·중 관계의 핵은 우리 기업들이 500억 달러를 투자해 2500억 달러의 교역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60% 이상이 가공무역이다. 하지만 이런 경제 교류는 중국이 세계 발전의 30%를 이바지하고 있고 여타 경제가 부진한 데 비춰 더는 유효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곧 체결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우리 기업을 인수·합병(M&A)하고 우리 자산 매입을 더 늘릴 가능성이 크다.

사실 지난 70년 간 우리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뒤돌아본다면, 어쩌면 우리 경제의 중국권역화는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중국이 상당 기간 묶여 있는 상태에서 미국 및 일본과의 협력 아래 경제 발전에 매진한 결과다. 중국이 정상적인 국가로 회귀했고, 교통과 통신이 놀랄 만큼 발달한 이상, 우리 경제 구조의 새 판을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잘 짜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공간적·산업적·문화적 비교우위를 재검토해야 한다.

공간적으로는 한반도 전체를 동북아 역내에서의 홍콩지역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우리처럼 대기업 제조업체 중시 국가를 하루아침에 서비스·관광 국가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선진국으로 정착시키기 쉽지 않다. 제조업은 대부분 규모의 경제가 주도한다. 우리의 탄탄한 제조업체는 고도의 기술 비즈니스를 지향해야 한다. 금융산업도 이른바 메가뱅크(Mega Bank) 체제로 전환하지 않는 한 1경(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중국 금융권과의 경쟁은 불가능하다. 현장에 있는 많은 비즈니스맨의 입에서 우리의 기술력과 자금력, 중국의 시장, 싼 노동력이라는 얘기는 자취를 감춘 지 이미 오래다.

최근 서울 명동에 나가보면 우리나라인지 해외 관광지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한 백화점 면세점의 중국인 1인당 평균 카드 소비액이 1000만 원에 이른다는 얘기도 들린다. 명동이 미래 우리 먹거리의 한 축임을 보여준다. 지금은 우리가 관광 입국(立國)을 지향한다면 웃을 것이다. 10년 이후의 중국과 현재 홍콩의 역할을 대입한다면, 레저·관광도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것이다. 그 많은 중국 관광객이 와도, 면세점에서 외국 업체의 대행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 농경사회에서의 한국이 금수강산이라는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그래도 쾌청하고 깨끗해서 가볼 만한 당찬 국가라는 이미지가 아니겠는가. 영어를 배웠던 것처럼 중국어라도 하루빨리 배워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만의 장점을 살린 경제 구조의 판을 새로 짜는 일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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