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새정치민주연합이 비상대책위 체제를 끝내고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2·8 전당대회의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전당대회가 본질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 패권적 계파주의를 종식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무시하고 친노(문재인) 대 비노(박지원)의 각축전으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 지지도가 추락하면 통상 야당의 지지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 지지도가 30%대까지 급락했지만, 새정치연합의 지지도는 20%대에 머물러 있다. 왜 이런 기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새정치연합이 갖고 있는 치유하기 힘든 한계 때문이다.

첫째, 반대만 있지 대안은 없다. 정부·여당의 실정에 대한 합리적인 반대는 야당의 고유 기능이고 건강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런데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쟁에서 보듯이, 새정치연합은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있다.

둘째, 반성은 없고 비판만 있다. 2012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과 연대를 했다.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판결 이후에도 새정치연합은 헌재의 해산 결정에 대해서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뿐 잘못된 과거의 선거 연대에 대한 반성은 없다.

셋째, 말만 있고 실천은 없다. 야당은 선거 때마다 노무현정신을 계승한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러나 행동은 정반대다. 가령,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당은 노 전 대통령이 진보 세력으로부터 온갖 비난과 수모를 당하면서도 국익을 위해 받아들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했다. 이런 무책임한 행동은 결국 노무현정신을 훼손하고 선거 패배를 초래했다.

넷째, 참회는 없고 패권적인 계파주의에만 빠졌다. 결과적으로 대선 패배에 대한 통렬한 성찰(省察)은 없고 현실에 안주하면서 미래를 품으려는 노력이 없었다. 새정치연합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재 야당이 목숨을 걸고 추구하려는 가치가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른바 정체성의 대위기를 맞고 있다.

이렇다 보니 새정치연합은 언제나 저 상품(여당)이 나쁘니까 내 상품(야당)을 사라는 식이다. 다시 말해, 자기들이 잘할 생각은 않고 늘 여당에 대한 반대와 비난으로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 이런 치명적 한계들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잇달아 패배했고, 지려고 해도 질 수 없다던 7·30 재·보선에서도 참패했던 것이다.

지금도 국민은 야당에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때 새정치연합의 야당 역할에 대해 국민의 80%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2·8 전당대회는 단순히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요식행위가 아니라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장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싹수없고 책임지지 않는 정당에서 벗어나 수권(受權) 정당으로서의 비전과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더는 거리정치에 나서지 않고, 계파정치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지난 연말의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보듯이, 존재감 없는 야당은 통제할 수 없는 거대 공룡 여당을 탄생시킬 수 있다. 여당도 강하고 야당도 강해야 효율적인 정당정치가 가능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8 전당대회에서 새정치연합은 진보의 참회록을 쓰는 심정으로 계파가 춤을 추는 ‘도로 민주당’으로 가는 일만은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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