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전국 동시 지방선거실시로 본격 출범한 지방자치의 성과는 적지 않다.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리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확산되면서 주민의 행정 참여가 크게 확대됐다. 각종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를 통한 대의 민주주의가 지방 영역에서도 점차 정착되고 있다. 주민 참여 예산제, 주민참여 감사제도 등이 일반화되면서 생활 현장에서 주민들의 참여형 자치가 활성화되고 있고,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민주주의적 정치 소양이 성숙해지고 있다.
◇20년 동안 지방 재정, 1인당 GRDP 5배 ‘빅뱅’ =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난 2013년 밝힌 지방자치 성과 평가와 향후 발전 방향 자료에 따르면 민선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 지방 예산의 규모는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3년 78조1425억 원이던 지방 재정 세입 예산은 2012년 151조 원 규모로 늘어났다.
충남도의 경우 지난 1995년 1조 원대의 재정 규모가 올해 5조 원대로 5배 가까이 성장했다. 20년 만에 충남 주민들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971만 원에서 4668만 원(2012년 기준)으로 480%나 증가했으며 수출액은 116억 달러에서 595억 달러로 512% 증가했다. 이러한 지방의 성장이 모두 자치의 덕은 아니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 주민, 지역정치권, 시민단체 등과 합심해 중앙정부를 설득할 논리를 마련하고 예산을 확보하며 사업을 성사시키는 지방정부의 전략이 큰 힘을 발휘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전이 ‘과학기술의 수도’로, 울산이 ‘산업 수도’로, 광주가 ‘문화 수도’로 각각 성장하는 데는 지방정부의 일관된 발전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2012년 현재 재정자립도 50% 미만의 자치단체가 216개로 전체의 88.5%를 차지한다는 통계는 아직도 열악한 지방재정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저출산, 저성장 고령화 추세 속에서 갈수록 증가하는 복지 비용도 지방정부의 재정건정성에 큰 위협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방과 국가의 상생 = 국정운영 방식도 ‘중앙=효율’이 아니라는 것에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지방 분권과 균형발전 전략에 입각한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세종시와 전국의 혁신도시에 중앙 행정기관을 비롯한 수많은 공공기관이 지방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있다.
중앙과 지방이 공생의 가치 아래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지탱할 때 국가 발전도 성립된다는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경남 밀양 송전탑 문제, 경북과 강원지역에서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문제를 두고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측과 갈등, 제주 해군기지 문제 등 지역과 관련된 각종 국책사업은 더 이상 과거의 중앙집권적 발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없는 상황이 현실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여·야로 엇갈린 상황에서의 갈등을 조정하고 예산 집행 등에서의 공존을 모색하는 상생의 노력들도 미약하나마 하나둘 싹을 틔우고 있다.
최진혁(자치행정학) 충남대 교수는 “지방자치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자 어렵지만 가야 할 길로 선진국 진입의 필수 관문”이라며 “중앙과 지방이 상생하는 성숙한 지방자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국가가 나아가야 할 미래의 좌표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도시·귀농…‘지방이 대세’ = 세종시를 비롯, 전국 혁신도시로 150여 개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지방의 모습도 크게 바뀌고 있다. 복잡한 수도권의 삶을 청산하고 보다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과 자녀들의 자유로운 교육환경을 좇아 지방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젊은 세대들도 늘고 있다. 아직 정주환경이 갖춰지지 않았고 비효율 문제도 심각하지만 ‘지방 이전’이라는 도도한 흐름에 올라탄 이들 ‘신 지방인’들이 앞으로 지방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귀농 귀촌도 활성화되고 있다. 귀농인들은 전통적인 1차 산업 구조이던 농촌, 산촌, 어촌을 2차 가공과 관광 숙박서비스까지 접목한 6차산업 전진기기로 모습을 바꿔놓고 있다. 정부 공공기관 이전추진단 관계자는 “지방이전 공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고, 관계부처에서도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며 “혁신도시가 산·학·연 협력의 새로운 거점 등 지방을 살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려면 해당 지역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역할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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