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현장에서 알게 된 문제점을 기술 융복합으로 극복해 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앞으로 적은 비용으로 친환경적인 굴착공사가 가능해졌습니다.”
지난해 12월 26일 대전 유성구 봉명동 세종이엔씨 사옥에서 만난 이재원 세종이엔씨 상무는 기자에게 ‘확공지압형 앵커체’를 들어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문외한인 기자가 보기에 그저 긴 쇠막대기 같았지만, 녹색기술 인증과 건설신기술 인증, 철도신기술 지정을 받으며 경쟁력을 인정받은 제품이다. 지난 2013년 개발된 이 제품 덕분에 세종이엔씨 매출은 2014년 100억 원을 넘으며 고속성장하고 있다.
이 제품이 개발될 수 있었던 계기는 다음과 같다. 2007년 설립된 전문건설업체인 세종이엔씨는 터널과 기초보강을 하는 업체다. 고속도로와 비탈면 보강공사를 많이 하다 보니 기존 장비를 사용하는 데 한계점이 보였다고 한다. 공사를 위해 굴착이 필요할 때 114㎜ 너비로밖에 뚫을 수 없어 그만큼 깊이 땅을 파야 하고, 추가적으로 입구를 넓히는 과정에서 토양 손실과 분진 발생도 많았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기계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세종이엔씨는 2013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 중소기업 융복합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암반부에서 확장이 가능한 굴착 비트와 확공기술 개발사업’을 제안했다.
총 사업비 4억1650만 원 규모로 2012년 12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1년간 진행된 이번 사업엔 지반천공용 ‘함마비트’ 생산기업인 탑드릴과 우송대 산학협력단이 함께 참여해 자신들의 장치 제조 노하우를 세종이엔씨의 건설기술과 결합시켰다. 즉 연구는 우송대 산학협력단이, 장치 제조는 탑드릴이 맡는 한편, 세종이엔씨는 개발된 제품을 활용한 건설을 맡기로 한 것.
개발은 성공적이었다. 이번 사업을 통해 개발된 확공지압형 앵커체를 활용하면, 굴착할 때 특정부분만을 확대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어 굴착 후 너비를 넓히기 위해 추가로 땅을 팔 필요가 없고 그만큼 공사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그만큼 땅을 덜 파도 된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건설업계에서도 이 제품 개발로 건설기술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며 환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암반에서 확공이 가능한 장치의 개발로 복잡하고 변화가 심한 국내의 암반조건에서 현장 적용성이 뛰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확공을 활용할 수 있는 지반 보강분야의 원천기술로서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기자와 동행한 김종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차장도 “암반에서도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가졌고 현행 장비보다 넓게 팔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연간 1000억 원대로 추산되는 관련 시장에서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확공지압형 앵커체를 앞세운 세종이엔씨는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등 향후 비약적인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이재원 상무는 “3년 안에 지금보다 2배로 성장한 매출 200억 원을 돌파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 기술을 이용해 베트남과 스리랑카에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융복합기술개발사업에 대해서도 “어느 한 분야의 기술만 가지고는 기업이 오랫동안 존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기술 융복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기술 개발이 완료된 후에도 정부가 시장 개척과 판로까지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밝혔다.
대전 =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