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은 동해안에서 나오는 대게의 살이 꽉 차서 맛이 오르는 때이기도 하다. 대게는 날이 추워질수록 더 신선하고 맛있다.

흔히 ‘대게’ 하면 큰 게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게 다리의 모양이 마디가 있고 길어서 대나무를 닮았다는 의미로 대게라 부른다. 살찐 대게의 다리는 희고 맛이 달아 주로 고급 안주로 쓰이며, 특히 보랏빛 대게는 구하기가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 시인 이규보의 ‘찐 게를 먹으며’라는 시는, 게다리살을 안주 삼아 마시는 술 한 잔에 대한 얘기다. 조선 초기 학자 서거정은 보랏빛 대게가 누런 닭(황계)보다 낫다고 했다.

조선 후기의 명필 추사 김정희는 바퀴처럼 생긴 붉은 대게의 값은 돈으로 따질 수 없다고 했을 정도로 당시 대게의 명성은 대단했다. 대게는 조선 정조시대 ‘원행을묘정리의궤(1795)’에 혜경궁과 군주의 석수라상에 대게(生蟹)구이(灸), 해각(蟹脚)구이 등으로 등장한다.

해각포(蟹脚脯)는 대게의 다리를 쪄서 말린 것이다. 조선 중기 허균의 도문대작(屠門大嚼·1611)에는 ‘삼척에서 나는 대게는 크기가 강아지만 하고 다리는 대나무 줄기만 하고 맛도 달다’ ‘포를 만들어 먹으면 맛있다’며 대게의 다리를 쪄서 바짝 말린 해각포를 설명하고 있다.

또 19세기 말 시의전서(작자 미상)에도 해각포가 소개돼 있다. 일제강점기의 시집인 해동죽지(海東竹枝·1925·최영년)에는 ‘게다리포라고 하여 영해의 별미로 달고 기름지며 부드러워 세상에서 그 맛을 일품으로 친다’고 적혀 있다.

해각포를 만들려면 우선 대게의 다리 껍데기를 벗겨서 찜기에 푹 찐 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일주일 정도 말린다. 잘 말린 해각포는 북어채처럼 마른안주나 무침으로 만들어 별미로 먹는다. 해각포는 참기름을 넣고 살짝 볶아 불린 쌀과 함께 고루 뒤섞어 적당량의 물을 부어 끓여 먹기도 한다. 일명 해각죽으로 부드러워서 입맛이 없거나 소화가 잘 안 될 때 먹으면 좋다.

동해안 일대에서는 음력 2월 계절풍을 인격화한 영등할머니 얘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정월 대보름을 지나고 출항해서 처음 어획한 고기를 영등고리에 걸어 놓는 풍속이 있는데, 특히 영등할머니가 대게를 좋아해 해각포를 다른 고기와 나란히 걸었다고 한다.

대게가 많이 나오는 동해안 지역으로는 구룡포, 울진, 영덕, 후포, 포항 등이 꼽힌다. 매년 한겨울 대게의 제철을 맞아 지역별 축제 등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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