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주 원장이 지난해 가을 이븐파를 기록한 후 그린에서 홀에 골프공을 넣는 포즈를 취하며 자축하고 있다.  황성주 원장 제공
황성주 원장이 지난해 가을 이븐파를 기록한 후 그린에서 홀에 골프공을 넣는 포즈를 취하며 자축하고 있다. 황성주 원장 제공
황성주 털털한 피부과 원장

마음먹고 골프채 잡은 지 5년 만에 이븐파(72타).

프로 테스트에 도전하는 선수 얘기가 아니다. 황성주(45) 털털한 피부과 모발이식센터 원장의 골프 분투기다. 황 원장은 지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머리를 얹은’ 지는 오래됐으나 그냥 남이 불러주면 따라가는 수준이었다가 2009년부터 ‘골프 완전정복’에 매진해 얻은 결과다.

“6년 전이었다. 아내가 내게는 묻지도 않고 엘리시안제주 골프장에서 열리는 부부동반 골프모임을 약속해 어쩔 수 없이 끌려나갔다. 그런데 오랜만에 찾은 골프장이 그날따라 너무 좋았다. 뭔가에 홀리듯 그대로 티박스 잔디 옆에 누워 버렸다. 그때부터 마음속의 목표를 향한 훈련이 시작됐다.”

황 원장은 국내 모발이식계의 스타 전문의다. 2004년 지금의 병원을 개업해 그동안 1만례가 넘는 이식수술을 했다. 마라토너 이봉주, 농구스타 한기범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대학 시절부터 20년간 모발이식 외에 다른 걸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느 날 문득 되돌아보니 나한테 취미로 하는 스포츠 종목이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달리 잘하는 것도 없었다. 골프를 잘해 보자고 결심했다. 이후 매일 1시간씩 연습하며 타수를 줄여 나갔다.”

2년 전부터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프로인 이태희에게 레슨까지 받았다. 임팩트 순간에 채를 낚아채듯 몸을 회전시키며 ‘몸통 스윙’이 무엇인지를 체득했다. 연습장에 못 갈 때는 진료실 내 소형 전신거울 앞에서 스윙 연습을 했다. 병원 건물 옥상에서 연습한 후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수시로 폼을 교정했다.

“비밀이지만 진료실 안에서 스윙하다가 책상 오른쪽 다리 하나를 깨 먹었다. 환자들이 알면 큰일이다. 하하.”

부단한 노력은 이내 실력으로 나타났다.

2012년 3월 중순 경기 용인 태광 골프장에서 79타로 생애 첫 싱글을 기록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연습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븐파를 목표로 이태희 프로를 계속 귀찮게 했다.

드디어 2013년 6월에는 아마추어 대회 우승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평소 골프모임인 코암로터리클럽 주최 대회에서 75타로 우승컵을 안았다. 무슨 종목이든 운동 경기에서 우승한 것은 태어나서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븐파를 기록하면 골프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지난해 9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하늘코스에서 끝내 72타를 적어 냈다. 그날 황 원장은 지인들에게 아낌없이 한턱을 냈다.

롯데카드 여자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도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황 원장이 퍼팅 비결을 알려준 한 여성 골퍼가 대회 우승컵을 따냈다.

“우연이었다. 연습장에서 알게 된 분인데, 내 폼을 보고 퍼팅 비결을 물어봐서 그저 아는 대로 알려 줬을 뿐인데, 그분이 대회에서 그 폼으로 퍼팅해 우승하는 걸 TV로 지켜보고 놀랍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왜소한 체격으로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었던 내가 누군가를 성공적으로 코칭했다는 것은 매우 유쾌한 경험이었다.”

내친김에 황 원장은 뒤늦게 골프에 입문한 초보 골퍼들에게 추천할 만한 ‘팁’을 몇 가지 공개했다.

첫째는 거리측정기를 사라는 것. 거리측정기는 프로선수만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남은 거리를 알려 주는 캐디의 조언도 가끔은 틀릴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황 원장은 일찌감치 망원경처럼 생긴 레이저 거리측정기를 장만해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둘째는 세컨드 샷을 할 때 미리 골프채를 용도별로 챙기라는 것. 불필요하게 오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또 자신의 거리를 스스로 깨닫는 지름길이다. 황 원장은 요즘도 세컨드 샷 때 골프채 2∼3개를 직접 들고 가서 골라 쓴다.

셋째는 골프 레슨을 꼭 받으라는 것. 연습량이 많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올바르게 배우는 게 중요하다. 특히 퍼팅 레슨은 별도로 받는 것이 좋다. 어드레스부터 퍼팅까지 정확하게 아는 게 필요하다.

“골프는 나와 볼과의 싸움이다. 중간에 아무것도 없다. 나만 잘하면 된다. 그래서 나처럼 순발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가능한 운동이란 게 장점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잘하기까지 드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다. 그래서 새해엔 골프를 좀 내려놓으려 한다. 이븐파라는 목표도 이뤘으니 이제는 골프 자체를 편안하게 즐기고 싶다. 여러분도 새해엔 골프는 물론 뜻한 바를 이루시길 간절히 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황성주 원장에게 골프란 = 골프는 운으로 하는 운동이 아니다. 과학이다. 정확한 데이터와 자세에 의해 좋은 결과가 나온다. 따라서 제대로 배우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겸손함이다. 골프는 내게 노력의 결실과 겸손함을 가르쳐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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