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공공기관 정상화 - (3) 공기업 ‘문어발 확장’부처 나서면 심사 까다로워
정부 부탁 받고 의원들 발의

최근 6년간 신규기관 57개
경영평가 안받는 ‘기타 기관’

과학기술연구원-과학기술원
명칭 비슷… 공무원도 헷갈려


‘의원입법’이 공공기관의 문어발식 확장을 부추기는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산경남과학기술원법안, 부산과학기술원법안, 창원과학기술원법안, 전북과학기술원법안….’

이들 법안 4개 모두 국가 등의 출연금을 바탕으로 하는 지역과학기술원을 설립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각각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발의해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에 접수돼 있다.

이미 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총 4곳의 과학기술원이 공공기관(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는데 여기에 정부출연연구원 형식의 지역별 과학기술원을 줄줄이 또 만들자는 것이다.

7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의원입법이 신규 공공기관 난립을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지분매각, 통폐합 등을 통해 2008년 305개이던 공공기관 수를 2009년 297개, 2010년 286개까지 줄였다.

2012년까지 같은 수를 유지하던 공공기관 수는 그러나 2013년 295개로 다시 늘었고 지난해 304개로 7년 만에 사실상 원상회복했다. 공공기관 수가 증가한 것은 새롭게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기관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수가 증가세로 돌아선 2013년의 경우 3개 기관이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됐지만 10개가 신규 지정되는 등 공공기관 슬림화가 본격화했던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6년간 신규 지정된 공공기관 수는 57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국립생태원, 소상공인진흥원, 한국보육진흥원, 수산자원사업단,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등 상당수가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하는 형식으로 공공기관이 됐다. 특히 이들 공공기관 중 대부분이 경영실적평가 등을 받지 않는 기타공공기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입법 형식으로 공공기관 설립을 시도하는 것은 정부를 통한 설립보다 쉽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경우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예산 등을 감안해 걸러내는 경우가 많지만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요건만 갖추면 지정될 개연성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원들이 정부 부처의 부탁을 받고 ‘청부 입법’하는 경우도 많다. 부처가 직접 나서면 기획재정부나 행정자치부의 심사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의원입법 형식으로 우회해 공공기관을 만들어 산하단체로 두려고 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우후죽순 늘다 보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과 같이 명칭도 비슷하고 기능이 겹쳐 어느 기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공무원들조차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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