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작가 미셸 우엘베크 정치소설 ‘복종’ 출간 논란2022년 무슬림당 대선 승리
일부다처제 부활·女權 약화…
유럽 ‘이슬람공포’ 자극 내용

“극우주의 주장 포장” 비판
“표현 자유 협박말라” 지지


유럽 각국에서 이슬람공포증(이슬라모포비아)과 인종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022년 프랑스에서 이슬람 정권이 출범하는 가상 상황을 소재로 한 한 편의 소설 때문에 전 유럽이 술렁이고 있다. 7일 이 소설의 시판을 앞두고 프랑스는 물론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 언론들은 관련 기사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좌파계열의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무려 7페이지에 걸친 특집기사를 마련했을 정도이다. 5일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책이니만큼 나도 한 번 읽어볼 생각”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문제의 소설은 프랑스 문단의 슈퍼스타로 꼽히는 미셸 우엘베크(56·사진)의 여섯 번째 소설 ‘복종(Soumission)’. 우엘베크는 프랑스 최고 영예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은 작가로, ‘소립자’ ‘플랫폼’ ‘지도와 영토’ 등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소설 5편이 모두 한국어로 번역 출간됐을 만큼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복종’의 시간적 배경인 2022년은 프랑스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이다. 1차 투표에서 집권 사회당은 물론 제1 야당인 중도우파 국민운동연합(UMP) 후보가 탈락하고,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과 프랑스 최초의 이슬람정당인 ‘무슬림형제당’의 무함마드 벤 아베스가 결선투표에 진출하는 대이변이 벌어진다. 극우정권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유권자들은 결선투표에서 세련된 이미지의 온건 이슬람주의자인 아베스에게 몰표를 안겨 준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 최초의 이슬람 정권과 무슬림 대통령의 탄생은 예상보다 많은 정치, 사회, 문화적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다. 소르본대의 교명이 파리소르본이슬람대로 바뀌는가 하면 무슬림 개종자가 급증하고,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며, 일부다처제가 공공연하게 부활하는 것. 그런가 하면 여성의 사회 진출이 감소하면서 남성들의 일자리가 많아져 실업률이 줄어드는 ‘긍정적’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복종’은 우엘베크의 작품답게 신랄한 위트와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리베라시옹의 문학 담당 기자인 필립 랑송은 지난 2일자 평론에서 ‘복종’을 ‘상당히 코믹한 작품’으로 평가하면서 “토론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야말로 좋은 소설가의 사회적 미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로랑 조프랭 편집국장은 이날 7페이지에 걸쳐 ‘복종’ 관련 기사를 배치한 이유를 밝히는 글에서 “7일은 프랑스 정통문학에 극우주의가 회귀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면서 “ ‘복종’은 국민전선의 (극우, 반유럽연합, 반이민) 이념을 고상하게 포장해주는 작품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프랑스한림원의 멤버인 저명한 철학자 알랭 핀키엘크라우트는 “우엘베크야말로 ‘정치적 올바름’에 협박당하지 않은 작가”라고 지지를 선언했다.

‘복종’이 근래 보기 드물게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우엘베크가 워낙 유명한 작가란 점도 있지만,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의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이슬람에 대한 두려움을 정확하게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엘베크는 파리리뷰와의 최근 인터뷰에서는 “극우주의를 도발하려는 의도는 없다”며 “다만 역사의 진화과정을 가속, 응축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우엘베크는 과거에 “이슬람은 가장 멍청한 종교”라고 말했다가 반이슬람주의자로 비판받은 적이 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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