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숨기려 했지만 실수로 北서 접속 증거 남겨”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은 북한에서만 사용되는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니 해킹의 배후로 지목된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조사에 대해 ‘날강도적 도발행위’라고 원색적으로 반발했던 만큼 향후 북한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7일 제임스 코미(사진)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뉴욕 포드햄대에서 열린 국제 사이버안보 콘퍼런스에서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을 소재로 삼은 영화 ‘인터뷰’의 제작사 소니 픽처스를 해킹했다는 사실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해커들이 정체를 숨기려고 가짜 서버를 사용했지만 수차례에 걸쳐 북한에서만 사용하는 IP 주소로 접속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공개했다. 코미 국장은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 사이에서 소니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고 단정할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입장이 최근 제기되자 전격적으로 증거를 공개했다.

코미 국장은 “그들의 실수 덕분에 소니 해킹이 누구 소행인지가 명백해졌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FBI의 행동분석 부서도 소니 해킹 주장 단체인 ‘평화의 수호자(GOP)’가 발표한 성명과 협박문 등을 북한의 기존 해킹 사례와 비교 분석한 결과 동일한 집단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인 IP 주소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FBI는 의회 상·하원 정보위원회 관련 청문회에서 보다 자세한 물증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콘퍼런스에서 “북한의 소니 해킹은 미국의 이익을 겨냥한 역대 가장 심각한 사이버 공격으로 수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공격을 통해 북한은 저비용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고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을 수 있다”며 “이런 인식이 앞으로 유사한 행위를 하도록 북한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클래퍼 국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유사한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북한에 역공을 취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케네스 배 씨 등에 대한 석방을 위해 방북했는데 첫날에 정찰총국의 책임자인 김영철 국장과 저녁 식사를 했다”며 “그가 바로 소니 해킹을 최종적으로 승인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남북 대화를 분명히 장려해오고 있으며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제재는 인권 기록과 핵 야망을 포함한 몇 가지 요인들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
이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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