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행복’에 대한 책들이 10권 넘게 나왔습니다. 새해에 행복 책들이 쏟아진 이유, 짐작하시겠지요. 새해엔 행복하길 바라는 모두의 소망 때문입니다. 한 해가 시작될 때면 곳곳에서 올해 전망이 나옵니다. 연구소, 서점, 지난주 문화일보 북리뷰처럼 신문에서 올해 키워드나 트렌드를 예측합니다. 올해엔 대부분 불평등, 양극화, 감동 같은 키워드들을 내놨습니다.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고, 그런 우리를 위로해줄 감동을 열망한다’ 정도로 요약되겠지요. 하지만 행복 책들은 이 모든 전망에 앞서 한 해를 출발하는 우리들 모두가 행복을 대전제로 바란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행복 책 들 중에는 ‘행복이란 무엇인가’(탈 벤 샤하르·느낌이있는책), ‘행복을 선택한 사람들’(숀 아처·청림) 같은 ‘행복해지는 법’ 책들이 단연 많습니다. 마음을 긍정적으로 갖자는 긍정 심리학 계열입니다. 행복해지는 5단계 법 같은 방법론인데, 이렇게 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은 추상적이면서도 구체적이고, 의지이면서 환경에 좌우되고, 사람들마다 행복이 다르니 만인을 위한 ‘행복 비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행복에 대한 성찰은 불가능할까요.

프랑스 철학자 프레데릭 르누아르는 ‘행복을 철학하다’(책담·사진)에서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그는 행복에 대한 철학적 사유인 책에서 행복의 역설은 도저히 조련할 수 없는 동시에 어느 정도 길들이기가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운명과 행운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합리적이고 의지적인 태도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행복해지려면 자신의 행복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 행복은 우리 손에 잡히지 않으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달려 있다.”

경제도 취업도 어렵고, 사랑도 관계도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작은 행복에 마음이 더 갑니다. 올해 트렌드로 ‘소소한 나만의 행복’도 꼽힙니다. 맛있는 음식, 따뜻한 차 한잔, 친구와 나누는 수다, 잘게 잘게 나눈 순간의 행복입니다. 하지만 르누아르는 행복은 감각인 동시에 의미이며, 순간적 쾌락인 동시에 지속적인 만족감이라고 합니다. 안정된 관계,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충만감,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서 얻는 자족감, 과거의 모든 경험과 정서적 유대감에 대한 기억이 쌓인 긴 행복감입니다. 이들은 순간의 쾌감을 다른 모든 쾌감의 순간과 이어주고, 우리를 다른 이들에게 연결시켜 줍니다. 그래서 장기 기억이 행복하면 고통스러운 순간을 이길 수 있고, 오랜 불행 속에서도 빛나는 순간 때문에 위로받을 수 있습니다. 올 한 해 행복하기를 바라며 다들 생활 속에서 알고 있을 행복에 대한 생각 몇 줄을 옮겨 봤습니다. 올해 순간순간의 행복을 느끼시길, 그리고 먼 훗날 돌아볼 때 행복한 시절로 기억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올 한 해 행복하세요.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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