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천 / 중앙대 교수·법학

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락가락한다. 시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처음에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므로 제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다가 이제는 적극 저지하겠다고 한다. 국회도 8일 ‘남북 상호비방 중단 차원에서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정부가 조치를 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리고 법원에서는 ‘대북 전단 살포를 제한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남북 통일을 대놓고 반대하는 정치 집단은 없다. 그러나 통일로 가는 길에 대해서는 좀처럼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 정치 집단 간의 견해 차이가 크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북한이 바뀌어야 통일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통일을 위한 준비가 다 돼 있는데 북한이 문을 꼭 닫고 있어서 일이 안 된다는 듯하다. 이러한 태도는 북한이 우리에게 흡수되는 형태의 통일이 당연하다는 사실이 전제다.

우리 체제가 북한과 같아지는 방식으로 통일되는 것은 통합진보당에 속했던 사람들도 원치 않을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북한을 제외하고는 모두 같은 생각이다. 그러면 남은 문제는 우리와 다른 북한의 요소 가운데 통일을 저해하는 부분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가장 큰 장애 요소는 남북한 사이의 삶의 질적 차이다. 북한 주민들이 우리가 사는 모습을 그대로 알게 된다면 대부분 남한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한 상황이 되면 소수의 집권층만 남고 나머지 대다수 국민이 체제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고 이는 곧 정권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것이 북한 정권으로서는 가장 두려운 일이다. 이미 독일에서 그러한 식으로 갑작스러운 통일이 이뤄졌기 때문에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북한 권력층으로서는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 정권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북한의 인구 대비 인터넷 IP 주소 수가 전 세계 최하위라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면 동독은 왜 정권을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을까? 그들 자신도 못 느끼는 사이에 동서독이 점차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서독은 인내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그리고 소리 없이 동독의 경제를 지원해줬다. 정권 차원의 물자 제공이 뇌물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 결국 서독 주민이 동독의 친척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 송금을 해주는 것도 허용하게 됐다. 남북한을 비교했을 때 한국의 물자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훨씬 더 풍부하고 품질도 좋다. 이러한 물자가 북쪽으로 알게 모르게 흘러들어 간다면 남북한의 적대감은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분명히 통일로 가는 길이다.

또 하나, 북한인권법의 핵심은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이다. 장성택 처형과 ‘요덕 수용소’로 대표되는 북한의 인권 참상은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연말에는 북한 인권침해 책임자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권고하는 내용이 담긴 강력한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정식 안건으로 채택됐다. 미국은 2004년, 일본은 2006년에 각각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이런 마당에 국회가 북한인권법안 처리를 더 미뤄선 안 된다.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와 국회의 책임은 막중하다. 특히 북한인권법안은 2005년 국회에 제출됐지만 10년이 되도록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8일 외교통일위원장이 북한인권법안 관련 ‘여·야·정 협의체’ 구성만 촉구했을 뿐 앞으로의 일정은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번만큼은 미루지 말고 즉각 입법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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