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능시험이 끝나자 여기저기 합격자를 알리는 펼침막이 붙어 있다. 펼침막에는 유독 서울대가 제일 글자가 큼지막하고 연세대·고려대는 그 절반 정도 크기다. 이외의 대학은 절반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것도 의대 등이 아니면 아무 대학 몇 명으로 적히는 사례가 많다. 펼침막에서는 서울대를 시작으로 대학들을 줄 세워 적고 있다. 추운 겨울에도 방학보충수업과 자율학습으로 등교하는 고등학교 정문에 대학 합격자 펼침막을 내건 이유가 자랑스러운 선배들을 본받자는 취지일까. 결코 아니다. 이른바 명문대에 몇 명을 입학시킨 고등학교임을 드러내려는 반교육적인 행위일 뿐이다.

학교 공부를 잘하는 능력은 우리가 가진 여러 가지 재능 중 하나다. 그럼에도 학교 공부 잘하는 능력 하나로 모든 것이 결정돼서는 안 된다. 그렇게 사람을 평가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학교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소수다. 그러지 못한 다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교육은 능력자를 가려내는 과정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학교 교육을 통해 성적과 학력으로 개인 능력을 가려내고 절대평가 했다. 대기업에 다니거나 의사, 변호사 등 공부 잘했던 사람이 부와 명예, 권력을 독차지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기도 했다. ‘땅콩 회항’ 사건은 일부 재벌 3세에게 국한된 게 아니다. 일부 능력으로 사람을 대하는 그릇된 풍조는 제2의 ‘땅콩 회항’ 사건과 ‘갑질’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게 한다.

김종신·경남 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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