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 동원을 눈앞에 둔 영화 ‘국제시장’을 어느 연령대가 가장 많이 봤을까. 극장 CGV가 분석한 자료를 받아봤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20대, 30대, 40대가 각기 30%, 27%, 28% 선으로 비슷한 비율을 나타냈다. 현대사의 먼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20, 30대가 많이 보지 않았을 것이라는 예상을 깬 결과다. 10대는 4%, 50대는 8%, 60대는 2% 선이었다. 극장 롯데시네마의 자료도 다르지 않았다.
이 자료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각도로 할 수 있겠으나, 정치적 논란과 관계없이 우리의 과거 이야기가 20, 30대에게도 소구력 있게 다가갔다는 것을 의미 있게 보고 싶다.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애옥살이를 헤쳐나가며 가족을 헌신적으로 돌본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젊은이들이 할아버지 세대와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시장’처럼 문화를 통한 세대 간 소통이 최근 두드러진 것이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일명 ‘토토가’ 열풍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펼쳐진 특별 공연 ‘토토가’는 1990년대에 유행했던 노래를 그때의 가수들이 모여서 부른 무대였다. 시청률이 예상 밖으로 치솟았을 뿐만 아니라 공연 곡들이 음원 사이트를 점령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그 뒷이야기의 흥감으로 한동안 달떠 있었다.
‘토토가’의 주 시청층은 30∼50대였다. 1990년대에 당시 인기 가요에 열광했던 세대다. 그런데 ‘토토가’의 노래들을 KT 음원 사이트에서 사용한 연령층을 분석해보니 20대가 50% 이상이었다. 휴대전화로 방송을 다운 받아 본 젊은이들이 주류일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의 노래를 통해 세대 간 소통이 이뤄진 셈이다.
‘토토가’ 열풍은 ‘국제시장’ 흥행과 맞물리면서 복고(復古) 문화 담론을 일으켰다. 때마침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쎄시봉’이 곧 선을 보인다고 한다. 옛 가요를 방송하는 KBS ‘가요무대’ 시청률이 동시간대 1위인 것도 화제다.
사실 복고 문화 트렌드가 새삼스럽진 않다. 경제력을 갖춘 중장년을 겨냥한 문화 상품들이 각 장르에서 나온 지 꽤 됐다. 특히 티켓 값이 비싼 뮤지컬은 중장년의 구매력에 의존하는 작품이 많다. 그 정서적 배경은 아무래도 과거에 대한 애틋한 향수다.
일부 식자는 지적한다. 복고 트렌드는 현재의 각다분한 삶을 피해 윤색된 과거에 의존하려는 심리를 반영한다고. 고통스럽더라도 오늘의 삶을 직시하는 문화 콘텐츠로 미래를 지향해야 할 때, 과거로 가는 것은 퇴영적 사회 현상을 낳는다고.
일리가 있다. ‘국제시장’ 세대가 지난날 열심히 살았다는 것에 주목하느라 ‘미생’의 젊은이들이 헤쳐가야 할 앞날에 눈을 감는 사회 분위기가 돼서는 안 된다. 그것을 조장하는 문화 조류라면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
그런 우려를 경청하면서도 복고 트렌드의 장점을 되새겨보고 싶다. 세대 간 단절이 격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를 통해 소통이 이뤄진다면 얼마나 바람직한가.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진 오늘날, 뒷세대에 앞세대의 경험을 전하는 유효한 수단이 문화 상품이다. 젊은 세대의 공명을 얻는 작품이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물론 복고 문화 상품의 만듦새가 중요하다. ‘국제시장’의 경우 일부 상황 설정이 작위적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전 세대를 관통하는 정서적 호소력이 뛰어나다. 윤제균 감독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대, 지역, 계층 간 소통과 화합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그 상징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주인공 덕수가 손녀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장면, 질박한 호남 사투리를 쓰는 가수 남진과 우정을 나누는 대목, 이주노동자 남녀에게 관용적 태도를 보이는 것 등이 그렇다.
과잉 해석인지 모르겠으나, 복고 트렌드의 이면엔 과거를 돌아보며 모둠살이의 일체감을 느껴 보고자 하는 심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어깨를 겯고 미래의 꿈을 함께 꾸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 그것이 국가주의에 대한 향수라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겠으나, 공동체 구성원들의 일체성이 희미해져 있는 상황에서는 자연스러운 소망이다. 앞으로 나오는 복고 문화 상품들이 과거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세대 간 소통과 사회 통합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면 과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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