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 사회부 차장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통합진보당이 지난해 12월 19일 해산됐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국회의원 자격을 상실한 전 통진당 의원들이 지난 6일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정당해산과 의원직 박탈의 부당함을 호소했고, 서울행정법원에 국회의원지위확인 소송도 제기했다. ‘자주(自主)’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이들이 외신기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통진당 해산 문제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고자 한 것은 좀 모순돼 보이긴 하지만 자신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니만큼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정작 이해하기 어려운 건 통진당의 노선을 종북(從北)이라고 비난했던 진보진영 인사들이 대거 헌재의 통진당 해산을 비판하고 나서는 점이다.

진보 인사 중에서도 특히 민주노동당과 통진당에서 민족해방(NL)파와 정치 생명을 건 싸움을 벌이다 패배한 뒤 북한 추종파들과 당을 함께할 수 없다며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나 갈라섰던 민중민주(PD)계열 인사들이 통진당 해산을 극력 비난해 눈에 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실체적 위협이 없는 한 정당의 존속 여부를 심판할 권한은 오로지 국민에게 있다”고 했고, 노회찬 전 대표는 “헌법 재판이 아니라 정치 재판이자 정치 보복”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회항”이라고 개탄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한국 사법의 흑역사”라며 “시대가 실성했다”고 비판했다.

진보 인사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통진당의 종북 노선은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정당 해산은 안 되며, 정당의 생사는 헌재가 결정할 게 아니라 국민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당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이들의 상황인식은 다소 한가해 보인다. 15년 전인 2000년 1월에 창당해 애써 일궈놨던 민노당의 당권을 나중에 합류한 NL자주파에게 뺏긴 뒤, 2008년 일심회 사건에 연루돼 당내 인사들의 정보를 북한에 넘겼던 당직자들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돼 탈당했고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합당한 통진당에서 자주파에 의해 저질러진 비례대표 후보 부정경선, 조준호·유시민 공동대표에 대한 폭행사건,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 등이 겹쳐 다시 떨어져 나갔던 과거를 반추해보면 이들의 통진당 해산 비판은 성인(聖人)의 처신 같다.

그러나 통진당은 사상의 자유시장에 맡겨둘 수 있는 정도를 훨씬 넘어갔다. 2013년 5월 당시 이석기 의원이 주도하고 김미희·김재연 의원, 의원 보좌진 및 통진당 간부 등 130여 명이 참여한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회합에서 이들은 대한민국 정부 등을 ‘남측의 지배세력’이나 적(敵)으로 표현하는 등 적대감을 공공연히 드러내면서 전쟁 발발 시 국가기간시설 파괴, 통신 교란, 폭탄 제조법 및 무기 탈취 등과 같은 후방 교란 수단과 조직적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유사시 적이 돼 우리를 공격하겠다는 이들이 주도하는 통진당에 매년 수십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지급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통진당은 2011년 창당 이래 163억 원의 국고보조를 받았다.

sdgim@munhwa.com
김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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