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에 다니는 한의사 이진헌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전북 전주시의 한의원에서 컴퓨터를 보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에 다니는 한의사 이진헌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전북 전주시의 한의원에서 컴퓨터를 보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 정보통계학과에 다니는 응급의학과 의사 선경민 씨가 지난해 카메룬 국립응급센터 건립사업 봉사활동을 하러 갔을 때의 모습.
한국방송통신대 정보통계학과에 다니는 응급의학과 의사 선경민 씨가 지난해 카메룬 국립응급센터 건립사업 봉사활동을 하러 갔을 때의 모습.
방송대에서 ‘새 꿈’ 펼치는 전문인들11년째 한의원 운영 이진헌씨
한약 기본재료 약초에 관심
농학과 입학… “20代 된 기분”

서울대 의대 졸업한 선경민씨
아프리카서 의료봉사 꿈꾸며
보건·불문학 이어 통계학과 다녀


“학업의 길은 끝이 없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직의 길을 걷다 다시 학생이 돼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자신이 전공한 분야와 관련이 있어 다시 책을 드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전공과는 상관없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준비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에는 자기 영역에서는 최고의 전문가이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방송대에 입학해 공부하는 전문직 학생들이 많다. 이들은 하나같이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말하며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방송대 문을 두드렸다.

◇농학과에 입학한 한의사 = 전북 전주시에서 개업을 해 11년째 한의원을 운영 중인 한의사 이진헌(37) 씨. 그는 하루 종일 환자들을 보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 지난 2013년 다시 방송대에 입학했다.

어린 시절 꽃과 나무에 관심이 많았던 이 씨는 관련 분야를 배울 수 있는 농학과를 택했다. 한약의 기본재료가 각종 약초인 만큼 이에 대한 관심도 빼놓을 순 없었다.

이 씨는 “중·고등학교 때는 대학에 가기 위해, 대학교 시절에는 취업과 한의사 국가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공부를 하다 보니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배울 기회가 없어 아쉬움이 남아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의학에 나오는 각종 약초의 효능은 다 알고 있지만 이 약초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등 생태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농학과를 택했다”고 진학 이유를 밝혔다. 이 씨는 공부를 시작하기 전 방송대에는 오프라인 수업이 한 학기에 두세 번 정도밖에 없어 학습량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하니 농학 기초부터 작물, 축산, 원예 분야 등 특화된 강의와 수준 높은 교수진의 강의로 학습해야 할 분야가 방대해 복습하지 않으면 진도를 맞추기가 어려워 병원 일을 끝내고도 꾸준히 공부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힘들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관심이 있던 분야와 일을 하면서 궁금해하던 것들을 배우다 보니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닌 ‘학문’에 중점을 둬 학습의 질이 높아지고 성취감도 높아졌다.

이 씨는 “오프라인으로 매일 대학에 가지는 않지만 과제물 체크를 하고 중간·기말고사 준비를 하면서 20대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며 “10여 년 만에 다시 대학생이 되니 학창시절 추억이 생각나 마음이 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하루 종일 환자를 보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게 되는 이유는 “한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공부에는 끝이 없다”며 “배움 자체가 즐거워 삶의 새로운 활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에서 의료 봉사활동 꿈꾸는 의사 = 서울대 의대에서 응급의학과를 전공한 의사 선경민(35) 씨는 방송대에서 환경보건학과 불어불문학을 졸업하고 현재 정보통계학과에 재학 중이다. 선 씨가 의사이지만 동시에 인문학부터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전공을 공부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선 씨는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의료인으로서 불어권 아프리카에서의 봉사활동을 희망하게 됐다”며 “의학과 함께 어학, 자연과학 분야의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입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선 씨는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면서 4년간 학업을 지속했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 근무시간을 변경하거나 밤샘 공부를 해 시험을 보기도 했다. 선 씨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며 “공부를 통해 보건의학을 환자와 질병 중심으로 보는 것이 아닌 사회문화적으로, 큰 그림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선 씨는 지난해 보건 관련 정보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통계학과에 편입했다. 그는 “보건 분야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의료통계를 봐야 하는데 이를 위해 통계학을 다시 공부하게 됐다”고 밝혔다. 선 씨는 최근에는 아프리카 최초로 생기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카메룬 국립응급센터 건립사업’에 참여, 응급의료 시스템의 전수를 위해 5개월간 파견 봉사를 다녀왔다. 그는 “봉사를 가기 전에는 시험 위주로 공부했었는데 경험을 통해 더 심화된 공부를 해야겠다고 느꼈다”며 “배움 자체의 즐거움이 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중어중문학과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송대 사람들 = 글로벌 생활용품기업 ㈜락앤락 김준일 회장은 방송대 행정학과 75학번이다. 모교 사랑으로 방송대 본관 1층 ‘락앤樂카페’ 설비 비용을 출연해 학생들에게 토론과 스터디 장소를 제공했다. 이외에도 방송대 리더스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며 대학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은 방송대 경영학과 91학번이다. 회사 중역을 맡고 나서 방송대에 입학해 일과 공부를 병행했다. 김 사장은 8년째 해마다 사비를 털어 500만 원 정도씩 학교에 기부하고 있다. 오종남 유니세프 사무총장은 방송대 석좌교수로 있다. 오 교수는 저서 ‘은퇴 후 30년을 준비하라: 행복 지수를 높이는 노후 설계’를 통해 경제학자로서 행복한 인생을 위한 삶의 자세에 대해 다양한 화두를 던져왔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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