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 / 한국정치학회 회장, 한양대 교수

‘톨레랑스의 나라’ 프랑스에서 세계를 경악시킨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이슬람 풍자 만평을 실은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발행하는 언론사가 무장 괴한 3명의 총격을 받아 10명의 언론인과 2명의 경찰관이 무참하게 숨졌다. 프랑스 현대사에 있어 최악의 테러 사건으로 평가되는 이번 참사는 전 세계 언론과 여론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각국 정치지도자와 종교 지도자들도 한목소리로 규탄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유럽사회는 한동안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포용과 관용의 정신에 기반을 둔 다문화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보복 테러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세를 넓혀가고 있는 극우 정당이 약진하는 계기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극우 정당의 득세는 필연적으로 이민 문제의 정치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극우 정당은 반이민 정서로부터 자양분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두 갈래의 현재진행형인 이민의 흐름이 있다. 첫째, 2000년대 들어 중동부 유럽 국가들이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이들 국가 근로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대거 서유럽 국가로 이주하고 있다. 둘째,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아프리카인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결사의 탈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재스민혁명 이후 북아프리카의 정정이 불안해지면서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이 두 갈래 이민의 흐름은 유럽 사회에 큰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비숙련 저임금 근로자들의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문화 이질성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복지재정을 압박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2008년 유럽 재정위기로 다수의 역내 국가가 만성적인 저성장과 고실업으로 고통을 겪게 되면서 이민 문제를 둘러싼 내적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서유럽에서는 정치적 저항 및 시위의 3분의 1가량이 이민 문제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실업, 전쟁과 평화, 민주주의, 환경 등 다른 어떤 쟁점보다도 정치적 갈등을 야기하는 빈도가 높다고 한다. 유럽 각국에서 극우 정당들이 약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극우 정당의 득세, 이에 따른 다문화주의의 쇠퇴와 이민정책의 보수화는 이민사회의 반발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차별과 배제에 저항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주류사회 구성원에 의한 증오 범죄의 빈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 2011년 노르웨이에서 반 이슬람주의와 다문화정책 폐기를 명분으로 내건 인종주의자가 노동당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76명이 사망하고 90여 명이 부상했던 ‘우토야 학살 사건’이나, 독일에서 3명의 극우주의자가 2000∼2007년 사이 터키인 8명을 포함한 10명을 살해한 ‘케밥 살인사건’을 떠올리는 건 지나친 기우(杞憂)일까.

이번 프랑스 언론 테러 사건은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와 맞물려 우리나라에도 이민 유입의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미래 다문화 한국 사회를 설계함에 있어 문화 간 대화와 공존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문화적 다양성의 보존은 사회적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거니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도주의적 가치의 실현과 직결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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