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타파하고 구조개혁과 혁신을 주도해야 될 공공 기관장들이 줄줄이 금품수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공기업 개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공기업 정상화 방안에 따라 방만 경영을 타파하고 공공부문에 구조개혁과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오기 위해선 공공 기관장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고 공직 기강을 새롭게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공기업 등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의 공채 1기로 첫 내부 출신 사장에 오른 장석효 사장은 부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산업부가 해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장 사장은 2011∼2013년 모 예인선 업체 대표로 재직하면서 업체 이사 6명의 보수 한도인 6억 원을 초과해 연봉을 지급하거나 자신의 가족 해외여행 경비를 법인카드로 쓰는 등 회사에 30억30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해 12월 26일 불구속 기소됐다.
부패·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공기업 사장은 장 사장뿐만이 아니다. 조계륭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은 가전업체 모뉴엘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말 구속됐다. 조 전 사장은 모뉴엘의 대표로부터 단기 수출보험과 수출신용보증에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원전 용수처리 업체로부터 납품 계약과 관련해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 4일 김 전 사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2억1000만 원, 추징금 1억7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은 또 동서발전의 장주옥 사장과 회사 간부들이 인사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챙긴 정황이 있다며 동서발전 울산본사를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공기업 사장들의 부패혐의가 줄줄이 드러나면서 당분간 공기업에 대한 사정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도 지난 2일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사 부실 인수 책임을 물어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키로 했다. 감사원이 공기업 대표의 경영 판단을 문제 삼아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처음이다. 또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감사 대상 55개 공기업이 1조2000억 원(320건)의 인건비를 방만하게 지출했다며 정부 지침을 어긴 정도가 심한 교통연구원장·국방기술품질원장·광주과학기술원장·식품연구원장 등 4개 기관장에 대해 정부 부처에 경질을 요구한 바 있다.
공기업 한 관계자는 “공기관 기관장이 최근 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대상에 잇달아 오른 것은 기관장의 전문성만 강조한 결과”라며 “경영이나 업무 연관성 등 전문적 기술에 집중하다 보니 청렴성이나 도덕성, 책임감 등을 간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