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1일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유골이 안치된 시즈오카현 오야마초의 묘지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무라야마 담화 훼손 시사 발언정부는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올해 발표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에서 교묘하게 사과·사죄표현에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담화를 훼손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식민지배와 침략’이라는 표현이 빠질 수 있음을 시사한 스가 장관의 발언 때문이다. 12일 외교당국은 무엇보다 지난해 일본이 고노(河野 )담화 검증을 통해 담화의 신뢰성을 훼손할 때도 고노담화 계승 의지를 먼저 밝혔던 전례에 주목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베 담화가 무라야마(村山) 담화 등 과거 역사인식 담화를 ‘전체로서’ 계승한다는 입장은 담되, 무라야마담화의 핵심인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인정 및 사죄’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거나 다른 표현으로 바꿀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스가 장관의 발언이 직접적으로 (식민지 지배, 침략 반성 표현을) 뺀다는 언급은 아니라 정확한 진의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이 같은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의 이전 행보도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아베 총리는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2013년 4월 23일 참의원 예산위)는 발언에 이어 태평양 전쟁 일본인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2013년 12월 26일)를 강행한 뒤 극우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아베 총리와 내각의 속내와는 달리 국내외적 환경을 고려할 때 무라야마 담화의 변형을 통한 훼손이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이날 “아베 총리를 비롯해 일본 내각의 속내는 무라야마담화에 변화를 주면서 식민지 지배, 침략 반성 표현을 부정하는 것이겠지만 국내외적 환경을 고려한다면 속내와는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스가 장관은 9일 BS후지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새로운 담화에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 ‘반성’이라는 말이 남아 있게 되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같은 것이라면 새로 담화를 낼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