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태종 6년 1월 5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왕이 잘못 조제한 한약을 먹은 후에 구토(嘔吐)하고 정신이 황홀해져서, 관련자들을 탄핵하는 기록이 나온다. 이와 같이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입을 통해 위장관으로 들어오게 되면, 인체가 본능적으로 그 물질을 거부해서 구토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일부러 구토를 유발해 질병을 치료하는 경우도 있는데, 선조 30년 1월 6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비록 일부러 구토를 유발한 것은 아니지만, 구토를 하고 난 다음에 병증이 호전되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때 왕이 병으로 친히 정사를 볼 수가 없으니 세자로 하여금 잡무를 재결하도록 신하에게 전교하면서 이르기를, “수일 전부터 흉통(胸痛)이 크게 일어나 아파서 울부짖느라 숨이 끊어질 것 같아 거의 살지 못할 지경이다가 크게 토하고 나서야 겨우 면할 수 있었다”고 얘기하고 있다.
사실 이때 선조는 “여러 병이 있는 가운데서도 담증(痰症)과 흉통이 더욱 심한데 그해 겨울 추위가 유별나서 흉통이 자주 일어나 머리를 내밀 수가 없다”고 얘기하고, 덧붙여 “근일에 행례(行禮)하는 일로 인하여 자주 옷을 벗느라 조섭을 잘못하여 감기에 걸렸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추위와 감기로 인해 심해지는 가래와 가슴 통증을 앓았다는 것인데, 구토를 통해 식적(食積)이나 담음(痰飮)이 사라져 통증이 감소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의학에는 병을 치료하는 여덟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한법(汗法), 토법(吐法), 하법(下法), 화법(和法), 온법(溫法), 청법(淸法), 소법(消法), 보법(補法)의 8가지 방법을 얘기한다. 그중에서도 땀을 내게 하는 한법, 토하게 하는 토법, 그리고 설사를 하게 하는 하법의 3가지 방법은 사기(邪氣)를 밖으로 몰아내는 공격적인 치료법에 해당하는데, 나쁜 기운이나 물질이 상부에 있으면 토법을 쓰게 된다. 이때 선조는 엉겁결에 토법을 사용한 것인데, 현대인들이 과음한 후에 구토를 하는 경우가 이를 응용한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무조건 토하고 나면 증상이 좋아지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숙종 6년 10월 26일의 기록을 보면, 왕비가 사망했는데, 신하들이 왕에게 보고를 미루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주상께서 야간에 구토한 뒤에 가슴과 배에 통증이 있었는데, 지금 겨우 진정이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만약 이러한 때에 갑자기 부음(訃音)을 전한다면, 주상께서 경동(驚動)하실 염려가 있을까 봐 두려우니, 기다렸다가 잠자리에서 일어난 뒤에 조용히 고하여 아뢰고자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즉 밤에 갑작스레 구토를 하고 난 다음에 오히려 가슴과 배에 통증이 생겼음을 알 수 있다. 앞서 봤던 선조의 경우와는 정반대의 얘기인 것이다.
하늘땅한의원장 www.okskyla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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