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자 최초로 119 신고… 피신않고 170여명 대피·구조“내 자식처럼 아끼는 젊은이들을 단 한 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에 뛰어든 것은 세월호 선장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일 발생한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 당시 아파트 관리업무를 맡아 일하는 관리소장이 주민 170여 명을 대피시키고 구조하는 등 자신의 책임을 다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주인공은 바로 최초 발화지점인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대봉그린아파트의 불을 보고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한 염섭(62·사진) 드림타운아파트 관리소장. 드림타운은 대봉그린아파트와 1.5m 간격을 두고 화재 당시 두 번째로 불이 옮겨붙은 아파트다.

염 소장은 이날도 평소처럼 아침 근무를 하던 중 대봉그린아파트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을 처음 발견하고서는 오전 9시 27분쯤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이어 맨 위 10층으로 숨 가쁘게 3차례나 오르내리며 드림타운 95가구의 문을 두드려 “불이 났다. 피하라”고 화재 사실을 알렸다. 당시 주차장에는 자신의 차도 타고 있었지만 오로지 주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염 소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불을 발견, 바로 신고부터 한 뒤 소방 비상벨부터 울렸다. 이어 곧바로 비상계단을 통해 10층으로 올라가 2층까지 내려오면서 주민들을 일일이 깨웠다. 그래도 안 내려오는 주민이 많아 다시 옥상까지 3번째 올라가 결국에는 아이와 할머니를 무사히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염 소장은 당시 상황이 너무나 긴박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방에는 젊은이들이 잠에 깊이 빠져 문을 두드리고 발로 차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너무 급한 마음에 1, 2층에 있던 소화기를 가져다 복도 벽과 출입문에 붙은 불을 끄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헬기 바람 때문에 소화기 분사가 잘 안 돼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고 악몽 같은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3번째 10층에 올라갈 때는 숨이 막혔지만 수건에 물을 적셔 코·입을 막고 내려오면서 계속 문을 두드렸다”며 “특히 202호 할머니는 방안에서 울고불고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침착하게 안심시키고 먼저 아래로 대피시켰다.

대기업에서 25년간 근무한 뒤 2년 전 퇴직한 염 소장은 지난해 5월부터 이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하며 아파트 청소 등 궂은일을 도맡아 해오고 있다.

염 소장은 외조부가 연희전문 출신으로, 일본 형사의 고문에 의해 희생된 독립유공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도 항상 그런 뜻을 이어받아 살고자 한다. 자식 같은 젊은 아이들이 불길에 싸이는데 어떻게 구경만 할 수 있느냐”며 “우리 사회가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과 맡은바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정신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의정부 = 송동근 기자 dksong@munhwa.com sd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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