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옥 / 前 국방부 차관

지난해 초 ‘통일 대박론’으로 국민의 통일 열기를 북돋운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는 “단절과 분단의 70년을 마감하고 북한을 신뢰와 변화로 이끌어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 기반을 구축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의 김정은도 올해를 “조국해방 70돌의 뜻깊은 해”라면서 “온 민족의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가자”고 했다.

지금 남북 정책 당국은 남북 정상의 올해 신년사를 바탕으로 향후 남북대화 재개 및 관계개선 문제와 관련해 득실(得失)을 따져보면서 상대 측에 제의할 의제와 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7월에 대통령 직속으로 대규모 ‘통일준비위원회’를 설치,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남북 공동 농촌 복합단지 조성, 의료·비료 등 인도적 지원, 남북 공동 체육·문화 교류, 5·24 대북 제재조치 해결, 이산가족 상봉 등 북측에 제의할 남북관계 개선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북측이 우리의 대화 제의에 긍정적으로 응해 올 것을 촉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우리 정부의 남북대화 및 관계개선 열망을 간파한 북한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회담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서 지난 10일에는 미국 측에 “한미연합연습을 임시 중지하면 핵실험을 임시 중지하겠다”면서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결국 김정은은, 우리 정부에는 정상회담 가능성을, 미국에는 ‘핵실험 중지’를 운운하면서 미끼를 던진 것이다. 그리고 ‘한미연합연습 중지’를 분위기 조성 조건으로 내걸면서 우리 사회의 남남갈등과 한·미 간의 마찰·갈등을 부추기는 술책도 부렸다.

박 대통령의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응이라도 하듯 김정은은 “전쟁연습이 벌어지는 분위기 속에서는 신의 있는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면서 한미연합연습의 임시 중지를 요구했다. 우리 측에 정상회담이냐, 한미연합연습이냐를 택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북한의 이런 행태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상대방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요구를 차단하는 술책이다. 북한에 정상회담이나 고위급 접촉은 중요하지 않다.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부차적인 일일 뿐이다. 그러나 한미연합연습은 북한에는 군사적으로 매우 신경 쓰이는 일이다. 북측은 우리 정부가 대화 재개나 정상회담에 연연해 한미연합연습의 임시 중지를 미국 측에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져 있을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런 착각을 분명히 일깨워줘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은 수차례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금지된 사안이며, 결코 한미연합연습과 연계될 수 없다. 다행히 현재 우리 정부 당국과 미국 정부는 이 점을 분명히하고 있다.

또한, 남북대화 재개 문제를 한미연합연습 중지 문제와 연계하는 것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지난 수십 년 간 한미연합연습 때마다 군사 신뢰 구축 차원에서 북한군의 참관을 초청했다. 다만, 북측이 응하지 않았을 뿐이다. 특히, 한미연합연습의 중지는 일시적이라 하더라도 한미연합 억제태세와 군(軍)사기에 심대한 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미연합 억제태세를 약화시키려는 북한의 그 어떤 술책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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