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읽는 자 천하를 얻는다”라는 담론을 전면에 내세운 KBS 2TV 특별기획 ‘왕의 얼굴’은 관상을 소재로 한 드라마이다.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주어진 세자 자리를 16년 동안 지키면서 백성의 얼굴을 통해 마음을 읽고 시류를 읽어 마침내 왕위에 오른 광해(서인국)와 “절대 왕이 되어서는 안 되는 얼굴”이라는 관상가의 말 때문에 평생을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선조(이성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광해와 선조라는 역사적 인물을 통해 임진왜란이란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역사적 사실보다 허구적 상상력에 초점을 맞춘 역사드라마이다.
선조와 광해의 역사적 관계를 상상의 세계로 전이시키는 존재는 김가희(조윤희)와 김도치(신성록)다. 어린 시절 역병이 든 자신을 간호하다 죽은 쌍둥이 오빠를 대신하여 사내로 변장하여 살던 김가희는 왕이 될 수 없는 얼굴을 타고난 선조의 관상을 보완하는 상이라는 관상가의 말 때문에 비극적 운명에 휘말린다. 백정의 자식으로 태어난 김도치는 역병이 든 천민의 마을까지 찾아와 위로해준 왕의 행동이 사실은 거짓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뒤 세상에 대한 복수심에 사로잡힌다. 이들은 역사적 사실과 별개로 봉건적 신분제하에서 충분히 있었을 것 같은 인물들이다.
역사적 인물과 허구적 인물의 길항 관계는 임진왜란을 매개로 증폭된다. 선조는 전란이 발발하자 광해를 세자로 책봉하여 도성을 맡긴 채 왜군을 위해 의주로 피난을 떠나고, 광해는 도성에 남아 한 명의 백성이라도 더 안전하게 피난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왜군과 맞선다. 이미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에 긴장감을 더 하는 것은 김가희와 김도치라는 허구적 인물들이다. 광해를 도와 전란을 수습하려는 김가희와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계략을 꾸미는 김도치의 활약이 뻔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 전개에 긴박감을 더해주고 있는 꼴이다.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선조와 광해의 상반되는 대응 양태는 혼란의 시대에 필요한 지도자의 모습을 역설한다. 백성의 얼굴을 읽지 못했던 선조는 왕이 되어서는 안 되는 관상을 타고 난 것보다, 왕이 될 수 있는 관상을 만들지 못한 존재였다. 자신의 얼굴을 책임지지 못한 것이다. 반면에 광해는 왕의 얼굴을 타고 난 것보다 스스로 왕의 얼굴을 만들어 간 존재로 그려진다.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왕위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왜군의 적장 키노시타를 처단하기 위해 도성에 잠입한 광해의 존재가 탄로 날 위기 상황이 식상하게 연출되면서 긴장감을 떨어지고, 광해와 김가희 그리고 김도치를 애정의 삼각관계로 풀어내는 상투적인 구성 때문에 극적 상황에 몰입하기 어려운 한계도 분명하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