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이 쌓인 페어웨이에서 겨울의 낭만을 즐기고 있다. 2014년 작.  김영화 화백
흰 눈이 쌓인 페어웨이에서 겨울의 낭만을 즐기고 있다. 2014년 작. 김영화 화백
기상청의 올 한 해 따듯할 것이라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참 많이 해외로 여행을 떠납니다. 특히 골프 여행이 많습니다. 떠난다는 것은 늘 즐거운 일입니다. 어릴 적 계란과 사이다를 들고 풀밭에서 김밥을 먹던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 어릴 적 다니던 소풍(消風)은 소풍(小風)이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풀기에 바람을 맞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바람을 맞기만 해도 즐거운 것이 바로 소풍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즐거움이었지만 어머니에겐 슬픔이었음을 몰랐습니다. 어렵게 장만한 사이다와 계란, 그리고 쇠고기를 넣지 못하고 그저 단무지만 무성한 김밥을 싸주시며 미안해하던 그 어머니의 마음을 몰랐습니다. 다 커서도 날씨가 추워지니 친구들이랑 훌쩍 저 혼자 골프 여행 떠날 생각만 합니다. 어머니 모시고 가까운 온천이라도 다녀와야 한다는 생각은 그다음입니다.

늘 생선 머리만 드셔서 어머니는 생선 머리만 좋아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늘 찬밥을 즐겨 드셔서 뜨거운 밥은 싫어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도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가운데 토막 생선도 드시고 싶고 따듯한 밥도 좋아합니다. 따듯한 온천과 따듯한 나라에 가서 맛있는 외국 음식도 그리워하실 줄 압니다.

왜 몰랐을까요? 늘 골프장에서 배려와 양보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는데 왜 어머니가 여태껏 자식을 위해 배려하고 양보한 것을 몰랐을까요. 골프장에 가면 늘 에티켓과 룰을 지켜야 한다고 귀가 따갑도록 들었는데 정작 어머님에 대한 에티켓은 어디에 버렸는지요.

지금도 어머님은 환갑이 된 자식이 배가 아프다고 하면 배를 쓰다듬어 주시고 소아과로 달려가실 겁니다. 지금도 “밥 많이 먹어라. 차 조심해라”고 걱정하십니다.

골프장에서 남의 잘못된 스윙과 스코어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하고 슬픔을 같이하면서 왜 정작 어머니에겐 한 통화의 전화도 하지 않았을까요. 그냥 “내 어머니이니까 이해해 주실 거야”라는 생각 때문에 어머니는 표현 한 번 못하고 눈물 짓는다는 것을 골프에서 깨닫습니다.

겨울이 춥다고 나 혼자만 따듯한 나라에 가서 골프 치고 올 생각 하지 말고 어머니 모시고 가까운 온천이라도 함께 다녀오세요. 따듯한 국밥 한 그릇, 고등어 자반 한 마리도 자식과 함께라면 참 맛있어 하실 겁니다. 이렇게, 이렇게 더더욱 간절한 이유는 지금 저에겐 어머니가 안 계시기 때문입니다.

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왜 생선 가운데 토막 한 번 못 내어드렸는지 회한이 밀려옵니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