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모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즐거움이었지만 어머니에겐 슬픔이었음을 몰랐습니다. 어렵게 장만한 사이다와 계란, 그리고 쇠고기를 넣지 못하고 그저 단무지만 무성한 김밥을 싸주시며 미안해하던 그 어머니의 마음을 몰랐습니다. 다 커서도 날씨가 추워지니 친구들이랑 훌쩍 저 혼자 골프 여행 떠날 생각만 합니다. 어머니 모시고 가까운 온천이라도 다녀와야 한다는 생각은 그다음입니다.
늘 생선 머리만 드셔서 어머니는 생선 머리만 좋아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늘 찬밥을 즐겨 드셔서 뜨거운 밥은 싫어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도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가운데 토막 생선도 드시고 싶고 따듯한 밥도 좋아합니다. 따듯한 온천과 따듯한 나라에 가서 맛있는 외국 음식도 그리워하실 줄 압니다.
왜 몰랐을까요? 늘 골프장에서 배려와 양보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는데 왜 어머니가 여태껏 자식을 위해 배려하고 양보한 것을 몰랐을까요. 골프장에 가면 늘 에티켓과 룰을 지켜야 한다고 귀가 따갑도록 들었는데 정작 어머님에 대한 에티켓은 어디에 버렸는지요.
지금도 어머님은 환갑이 된 자식이 배가 아프다고 하면 배를 쓰다듬어 주시고 소아과로 달려가실 겁니다. 지금도 “밥 많이 먹어라. 차 조심해라”고 걱정하십니다.
골프장에서 남의 잘못된 스윙과 스코어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하고 슬픔을 같이하면서 왜 정작 어머니에겐 한 통화의 전화도 하지 않았을까요. 그냥 “내 어머니이니까 이해해 주실 거야”라는 생각 때문에 어머니는 표현 한 번 못하고 눈물 짓는다는 것을 골프에서 깨닫습니다.
겨울이 춥다고 나 혼자만 따듯한 나라에 가서 골프 치고 올 생각 하지 말고 어머니 모시고 가까운 온천이라도 함께 다녀오세요. 따듯한 국밥 한 그릇, 고등어 자반 한 마리도 자식과 함께라면 참 맛있어 하실 겁니다. 이렇게, 이렇게 더더욱 간절한 이유는 지금 저에겐 어머니가 안 계시기 때문입니다.
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왜 생선 가운데 토막 한 번 못 내어드렸는지 회한이 밀려옵니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