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사태’는 표면적으로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가 발단이 됐지만 본질적으로는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와 ‘모피아’(재무부+마피아) 등에 의한 관치금융 폐해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금융권 고위직 인사에 청와대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갈등의 도화선이 된 주 전산기 교체 이전부터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불화설은 꾸준히 거론됐다. 임 전 회장은 재정경제부 2차관을 지낸 모피아 출신인 반면 이 전 행장은 ‘연피아’(한국금융연구원 출신)로 출신 배경부터 달랐다. 2000억 원이 들어가는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기존 IBM전산기를 유닉스(UNIX)기종으로 교체하는 데 찬성한 임 전 회장 측에 대해 이 전 행장은 “금융지주가 시스템 교체 비용 문제와 잠재 위험을 의도적으로 축소 누락했다”며 금융감독원에 자진 보고하면서 갈등이 확산됐다. 금융권에서는 은행 비중이 절대적인 국내 금융지주사 현실에서 낙하산 인사로 온 회장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려 하고, 반대로 은행장은 이에 반발하는 사태가 되풀이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청와대는 임 전 회장을 교체할 생각이었지만 임 전 회장이 계속 버티자 금융당국이 뒤늦게 임 전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경징계에서 중징계로 바꾸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고 이와 관련해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뒷말도 무성했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동반 퇴진으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금융스캔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금융권 고위직 인사과정에서 불거진 관치 논란은 확산되는 양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4일 “청와대에 줄을 대지 못하면 최고경영자(CEO) 등 고위직에 절대 오를 수 없다는 말이 많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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