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빨간 책 / 백욱인 지음 / 휴머니스트

“나는 21세기 인터넷 매도론을 쓰고 싶었다.” 사이버스페이스와 디지털 문화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연구 주제로 삼았던 1세대 디지털 사회학자 백욱인이 책을 펴낸 이유이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개인은 빅데이터를 통해 감시당하고, 행위는 제한되지만 비판 없이 놀이와 소비에만 매몰돼 ‘가축’처럼 길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인터넷이 한국 사회를 ‘가축 왕국’으로 만드는 구조적 문제를 파헤치는 한편 그 속에 자리 잡은 개인의 활동을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이를 위한 방법은 풍자로 패러디. 그는 루이스 호르헤 보르헤스, 발터 베냐민, TS 엘리엇, 미셸 푸코, 스티브 잡스, 조지 오웰 등을 불러오고 현실과 가상, 소설·희곡·심포지엄과 평론을 뒤섞은 지적 패러디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인터넷 문화를 읽어낸다. 현실의 열패감을 온라인상에서 감정적으로 배설하는 잉여세대들의 비뚤어진 욕망을 ‘아큐정전’에 빗대고,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통해 인터넷 세상이 과연 유토피아인지 묻는다.

한편 발터 벤야민이 되살아나 ‘사진의 작은 역사’ 이후 디지털 세계에는 더 이상 ‘아우라’나 ‘푼크툼’이 없다고 지적하며 ‘좋아요’와 팔로어 숫자로 계산되는 예술과 학문을 규탄하기도 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신채호가 등장해 ‘인터넷 이용자 혁명 선언’을 통해 개인이 인터넷 악의 고리를 끊고 비판적 주체로 독립할 수 있기를 당부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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