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공항을 읽다 / 크리스토퍼 샤버그 지음 / 이경남 옮김

공항에서 만나는 이들은 보통 둘 중 하나다. 떠나거나 혹은 돌아오거나.(물론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은 제외다) 그래서 인류학자 마크 오제는 공항을 ‘비장소(non-place)’라고 말했다. 머무는 곳이 아니라 통과하기 위해 설계된 곳이기 때문이다.

‘인문학, 공항을 읽다’는 제목부터 곱씹을 필요가 있다. 공항은 읽는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읽는다’고 표현한 것은 공항이 단순히 비행기를 타기 위한 공간 이외의 문화적·경제적·인류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저자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비행기를 갈아타는 세 시간’을 꺼내 든다. 경유지에 세 시간 동안 머물게 되는 주인공은 그곳에 사는 옛 애인에게 전화를 걸어 “몇 시간 정도 ‘공항에서’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공항에서’는 일종의 특권과 경제적 수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항은 다른 곳과는 다른 그곳만의 문화를 갖는다. 저자는 최근 뉴욕타임스가 “미국인들은 다른 곳이라면 절대로 참지 않을 많은 것들을 공항에서는 기꺼이 감내한다”고 보도한 것은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지켜야 하는 일종의 문화적 약속과 규율이 있고, 공항에 오는 이들은 이것을 지키겠다고 암묵적 동의를 한 것이라 주장한다.

많은 문학 작품과 영화 속에서 공항은 낭만의 공간이었다. 여행을 떠나거나 그리운 누군가를 맞이한다. 영원히 떠나려는 연인을 붙잡는 곳도 공항이고, 아름다운 이별을 고하는 곳도 공항이다. 하지만 뉴스로 눈을 돌리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2001년 발생한 9·11테러를 기점으로 공항은 테러가 잉태될 수 있는 공포의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불법 소지품을 가지고 입출국하다가 공항 검색대에 적발된 이들의 소식이 연일 전해지고 이런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수색을 강화하다가 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했다는 뉴스도 잊어질 만할 때쯤 불거진다. 이렇듯 수많은 의미와 사건이 얽히고설키며 공항은 특수성을 지닌 공간으로 분류되고 있다.

공항은 인류에게 신개념이다. 과거 인류의 역사에는 없던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때 부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경제 발달과 더불어 지구촌의 개념이 확대되며 공항 이용은 보편화됐다. 공항의 문턱이 낮아진 만큼 누구에게나 접근이 용이한 반면 위험도는 상승했다. 하지만 공항은 여전히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생략할 수 없는 필수적 공간이다. ‘인문학, 공항을 읽다’는 공항의 정체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낱낱이 파헤치며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제공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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