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성·일률성·고정성 판단… 정기 상여금 · 소급여부 혼선 지난 2010년 7월 갑을오토텍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상여금·휴가비를 포함한 통상임금을 지급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은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리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일선 법원에서는 통상임금 판단 기준이 상이해 유사한 사례에 대해서도 재판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어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김모(48) 씨가 갑을오토텍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회사는 김 씨에게 53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씨는 회사 측이 2010년 3월 이후 퇴직자에게 상여금을 제외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과 미사용 연·월차수당을 지급하자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퇴직금을 재산정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와 관련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고의 추가임금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는지 판단하지 않은 부분을 파기환송했으나 1·2심과 마찬가지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대법원은 또 △지급시기가 1개월이 넘더라도 정기적으로 지급했는지(정기성) △가족수당·직무수당처럼 일정 요건을 갖추면 지급했는지(일률성) △지급대상과 지급액을 사전에 제시해 놓고 재직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했는지(고정성)를 판단해 통상임금 여부를 가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 이후 제기된 통상임금 관련 각종 소송에선 서로 상이한 결과가 나와 기업은 물론 근로자들에게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해 6월 서울남부지법은 대한항공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2개월마다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15일 이상 결근한 경우 지급하지 않았다’며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제시한 통상임금 기준 중 ‘고정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부산지법은 르노삼성자동차 소송에서 ‘사측이 2개월마다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중도 퇴직자에게 지급하지 않았지만, 고정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상반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이 기준을 제시했지만 하급심 재판부가 개별 기업의 노사 간 합의 사안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송 당사자인 기업과 근로자 모두 하급심에 불복해 소송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대법원의 판결에 근거해 통상임금에 대한 기준을 뚜렷하게 정립하지 않아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게 재계와 노동계의 불만이기도 하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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