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장비 제조술 등 매년 40여건 적발 단순한 기술유출 넘어 경제안보 침해 우려

21세기 세계 경제 환경의 변화로 첨단 산업기술의 확보는 점점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지식기반 사회가 도래하면서 기술 혁신으로 많게는 수조 원대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데다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의 활성화 등으로 경제 영토는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 각국 기업들의 무한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가 기술에서 자본·금융·지식재산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방위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국익 침해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정보당국을 긴장하게 만드는 이유다. 기술 유출을 넘어선 새로운 형태의 경제안보 침해에 대한 우려에서다.

16일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2010∼2014년 적발된 총 210건의 기술 유출 사건 중 14건은 ‘국가 핵심기술’에 대한 유출 시도였다. ‘국가 핵심기술’은 정부가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따라 보호할 정도로 중요한 기술을 말한다. 국내외 시장에서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산업기술이 지정 대상이다. 같은 기간 중 국가가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기술 50건에 대한 유출 시도도 적발됐다. 적발된 기술 유출 사건 중 약 30% 정도는 국가 핵심기술과 연구개발비 투입 기술 등 주요 기술에 대한 유출 시도였던 셈이다.

매년 평균 40건 안팎의 유출이 시도되는데 적발되는 기술의 질적 수준과 첨단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적발의 한계 등으로 건수가 급격하게 늘어나지는 않고 있지만, 기술 유출 범죄는 점점 고도화·지능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국가가 ‘미래의 먹거리’로 판단해 대규모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기술에 대한 유출 시도가 최근 들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경기 광주시 J사 부사장으로 근무한 김모(47) 씨 등은 태양전지 생산장비 제조 기술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기술 등을 외장 하드디스크에 담아 중국으로 유출하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J사는 2009년 태양전지를 원스톱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 매년 43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 해당 태양전지 생산 기술은 개발에 정부출연금 813억 원 등 연구개발비 2700억 원이 투입됐으며, 시장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60조 원으로 추산됐다. 해당 기술이 유출됐다면 이번 한 건으로 입을 뻔한 경제적 피해는 6조 원에 달할 것으로 파악됐다.

초국적 자본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지적 재산권을 집중 매입하면서, 이로 인해 국내 업체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이날 “주변 경쟁국 기업들은 산업스파이와 정보기관까지 동원해 우리나라의 산업정보와 기술, 금융·경제정보, 경영전략, 해외 대형사업 입찰 정보 등을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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