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몸이 불편한 아들과 ‘2인 3각’을 이뤄 여러 난관을 넘어왔어요. 이제부터는 주변을 바라보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인생을 살아야죠.”
올해 서울대 정시모집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 음악대학 기악과에 합격한 배성연(20·사진 오른쪽) 씨의 어머니 강선옥(54) 씨는 1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빛과 소금이 돼 더 낮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자폐2급의 발달장애 아들을 음악인으로 키우기 위해 헌신해 온 강 씨는 “나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며 “돌이켜보면 우리 모자(母子) 주변에는 하늘이 내린 좋은 사람들이 참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발견한 아들의 재능을 ‘은인’들이 키워냈다는 것이다.
강 씨는 “장애 때문에 다섯 살이 되도록 말을 못했던 아들이 찬송가의 멜로디를 정확하게 흥얼거리는 모습에서 ‘재능이 있구나’ 직감했다”며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이력을 살려 처음에는 직접 피아노를 가르쳤지만 한계가 찾아왔다”고 회상했다. 아들에게 전문적인 음악 교육이 필요한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 남편의 사업에 차질이 생겼던 것. 강 씨는 “이때 레슨비를 깎아주면서까지 아들을 가르치려고 했던 선생님의 모습이 생각난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배 씨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장애인 문화단체의 도움을 받았다. 배 씨는 이곳에서 4년간 무료로 저명한 교수의 지도를 받으면서 다양한 곳에서 연주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강 씨는 “무엇보다 아들이 보육원, 양로원 같은 곳에서 피아노로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데 우리 모자도 큰 치유를 얻었다”며 “이때 경험 때문에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가 환우들 앞에서 연주한다”고 말했다.
‘모정’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배 씨는 한 번 외우면 7∼8분에 달하는 곡도 음표 하나, 쉼표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암기력을 갖고 있었고 음감도 뛰어났지만 자폐증 증상이 있다 보니 음악적 감정을 느끼는 게 쉽지 않았다. 이런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아들 앞에서 음악 CD를 숨기고 부수는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강 씨는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물건을 통해 슬픔·화남·기쁨 등 일반인과 같은 감정을 설명했다”며 “지금에야 5시간 동안 연습하는 게 가능하게 됐지만 처음에는 10분도 가만히 있지 못해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자폐아를 가진 다른 부모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강 씨는 “때론 부부 갈등도 자주 일어나고 가정이 파탄 날 만큼 장애인 자녀의 꿈을 키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높은 곳만 바라보기보다 주변과 낮은 곳을 돌아보면서 배려하는 마음을 익히다 보면 다른 어떤 가정보다 관계가 더 결속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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