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남대문시장에는 총 6개의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교통대란 유발하는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 결사반대’ ‘대체도로 건설 없는 서울역 고가 공원조성 결사반대’라고 쓰인 현수막에는 상인들의 반대 의지가 극명히 드러나 있다. 특히 상인들은 ‘물류’가 중요한 남대문 시장에서 접근로가 끊기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남대문 시장에서 포장용품을 취급하는 도매업 종사자 오학근(59) 씨는 “종로, 청계천, 을지로와 연결되는 현재의 도로가 퇴계로에서 갑자기 끊기면 교통체증을 유발해 손님도 끊길 것”이라며 “별다른 대책도 없이 사업부터 추진하겠다고 하니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삼가게를 운영하는 윤종호(58) 씨도 “고가도로를 막아버리면 염천교를 경유할 수밖에 없어서 30분씩 시간이 더 걸리는데 먼 데다 차를 대놓고 걸어 다니면서까지 시장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겠냐”면서 “우리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라 모두 다 같이 단결해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반대 분위기 속에 지난 1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역 고가공원 전문가 토론회는 구의원과 주민 등 100여 명의 반발로 무산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철거가 필요한 서울역 고가를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 당초 서울역 고가도로의 경우 2008년 안전진단결과 D등급 결정을 받은 이후 그해 5월 고가도로 철거 및 주변도로 개선 계획이 세워졌고, 2009년 12월 서울역 북부역세권과 연계해 2014년 고가도로를 철거하겠다는 세부추진 계획도 마련했다.
그러나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이 중단되면서 미뤄졌다가 2014년 6월 박원순 시장이 선거 공약으로 고가도로 재활용을 내걸면서 다시 관심을 끌었고 그해 8월 서울역 고가도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재활용하는 방안으로 1700억 원 이상의 편익을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영성 교수가 서울역 고가공원의 환경개선편익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서울역 고가공원을 조성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총 3887억 원으로 공사비, 유지관리비, 교통 지체 등에 따른 비용인 2124억 원을 제외해도 1763억 원이 이익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서울역 고가도로를 재활용하는 사업은 사회비용보다 편익이 더 큰 사업”이라면서도 “공공사업을 하면 혜택을 입는 사람과 피해를 보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따른 갈등을 원만하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민들 중에는 이 사업에 대한 기대를 보이는 의견도 있다. 인근 주민 박모(여·71) 씨도 “공원화 사업이 제2의 청계천 사업이 될 것 같다”면서 “서울 한복판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더욱 특색 있는 남대문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갈등이 심화된 이유로 정책 발표 전에 주민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과정상의 문제를 꼽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인근 주민 김모(50) 씨는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발표만 하고 나서 이후에 설명회 등을 하는 방식이 문제라고 본다”면서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니 사회적 비용도 더 크게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체 고가도로’ 설립이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도 고가도로 폐쇄 반대론을 제대로 다독이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체 고가도로 건설은 서울역 역세권사업과 연관돼 있는데 이 사업 자체가 중단·재개를 반복하면서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체 고가는 서울역 역세권사업과 연관돼 있는 데다, 설립 예정지가 코레일 부지여서 코레일 허가 없이는 지을 수 없는 실정이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은 올해 하반기부터 공사에 착수해 2017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주민 의견 수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고서정 기자 himsgo@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