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북한이 박근혜정부에 대해 ‘흡수통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현 정부가 제시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드레스덴 선언은 모두 체제통일, 흡수통일을 지향하는 대결 각본으로,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해치고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용납하지 못할 반역 책동”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언술(言術)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1980년대 이래 북한은 역대 우리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에 대해 비슷한 논조의 주장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북핵(北核) 의혹 제기 및 국제 제재 동참은 승공통일의 야망’ ‘햇볕정책은 개혁·개방을 통해 자유민주 체제로 흡수통일하려는 모략책동’ ‘상호주의 교류협력은 흡수통일 기도’ ‘6·15선언의 우리민족끼리 이념 부정(否定)은 대결적 흡수통일론’ 등이 그런 예들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남한에서 보수 정부 집권 시기, 독일 통일, 김일성 사망 등 국내외 상황이 북한 측에 불리하게 전개되는 시기, 북한 붕괴나 급변 사태 논의가 고조된 시기에 북한의 흡수통일 주장 빈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현 정부에선 지난해 초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언급하고 통일준비위원회를 설치한 이후 그런 목청을 돋우고 있다. 곧 통준위를 흡수통일위원회, 통준위가 준비하는 통일헌장을 ‘흡수통일헌장’으로 매도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의 주장은 부당하다. 우선, 우리 정부가 북한을 일방적·강제적으로 흡수통일하는 정책을 추진한 적이 없다. 그리고 현재 남북한의 대화 및 교류협력 수준은 통일 이전 동서독의 그것과 견줘 볼 때 턱없이 낮다. 현 단계에서 독일식 흡수통일 가능성이 없다는 방증이다. 작금 북한은 핵무장을 기정 사실화하며 ‘사회주의 강성국가’임을 강조한다. 이는 곧 핵 위협을 통해 한국 주도의 체제통일을 능히 예방·저지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한마디로 북한이 지금 흡수통일을 우려할 이유가 없다.
통일은 한반도의 두 분단체인 남북한이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며 그 결과다. 분단이 장기화하면서 이산가족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고 민족 이질화가 극심하다. 인도적 문제의 해결과 민족 동질성 회복이 시급한 이유다. 신뢰 프로세스와 드레스덴 선언은 냉전의 유산인 ‘대결적 공존’ 구조를 깨고 ‘평화협력’의 새로운 틀을 만들자는 구상이다.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이나 통일헌장, 통일 청사진은 모두 남과 북이 상호 존중 정신, 즉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타협점을 찾아가며 대화·교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오히려 북한이 주창하는 연방제 통일론이야말로 흡수통일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내세우는 ‘5대 선결조건’은 국가보안법 해체와 반공정책 폐기, 주한미군 철수, 조·미 평화협정 체결을 포함한다. 이들은 북한이 지향하는 사회주의 통일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제거하기 위한 포석이다. 대한민국을 법률적·사상적 및 군사적으로 무장 해제한 후 집어삼키겠다는 게 아닌가.
그럼에도 북한이 상투적인 주장을 반복하는 이유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경정책으로 왜곡·선전함으로써 정부와 민간을 이간시키는 한편, 국민적 지지 기반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나아가 대북정책의 변경(5·24조치 해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통해 6·15 공동선언의 전면적 이행을 강요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이러한 의도와 복선을 꿰뚫어보고 치밀한 대화 전략과 교류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 더불어 균형 잡힌 통일교육을 강화해 국민이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에 현혹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은 진정성 있는 자세로 무조건 대화·협력에 응하길 바란다.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