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 경제산업부 부장대우

윤부근 삼성전자 가전(CE) 부문 사장은 요즘 “사물인터넷(IoT)에 미쳐 있다”고 말할 정도인 ‘IoT전도사’다. 그는 지난 6∼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5’에서 사물인터넷 이슈의 중심에 있었고,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개방하고 5년 내 전 제품을 연결하겠다”는 그의 선언은 외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세계 정보기술(IT)·가전 업계의 리더에게 꽂힌 시선에는 산업적인 이해가 들어 있다. 5년 후인 2020년에 7700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사물인터넷의 시장 규모에다, IT·가전 업계의 선도자인 삼성전자의 위상을 더해보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의 메시지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물이 서로 소통하면서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는 것, 그런 쓸모의 이면에 담긴 사물인터넷 시대의 논점을 던진다.

윤 사장은 사물인터넷은 사람 중심이어야 하고, 사람을 배려하는 기술이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사람을 위한다는 기술이 되레 사람을 속박하거나, 피해를 주거나, 스트레스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사물인터넷이 성공하려면 사람한테 이거 해라, 저거 해라는 식으로 뭔가를 시키면 안 된다”고도 했다. 센서가 달린 침대를 예로 들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누워서 잠을 잤을 뿐인데 1분에 몇 번 숨을 쉬는지, 심장은 얼마나 뛰는지, 전날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려준다. 그 정보를 활용해 이후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사람의 선택이다. 그가 “사물인터넷이 추구하는 가치는 하나가 아니고, 사람마다 각자 다르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윤 사장은 사물인터넷의 확장성에도 주목한다. 지금은 스마트홈(집) 정도지만 스마트시티(도시), 스마트네이션(국가)으로 나아갈 수 있다. 스마트시티에선 도로와 가로등은 물론 보도블록이나 담장도 사람에게 ‘말’을 건다. 사물과 사람이 서로에 대해 겉으로 드러난 것에 대해선 죄다 알게 된다는 얘기다. 종국에는 “나쁜 마음을 먹고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없는 안전한 세상이 되고, 그래서 사람들이 사물인터넷을 통해 선해질 것 같다”는 게 윤 사장의 생각이다.

“사물인터넷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그의 말처럼 우리는 이미 초보적인 사물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다. 출퇴근길 지나온 하이패스 도로, 곳곳에 설치된 CCTV, 카페에 들어서면 할인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알려주는 서비스 등이 산재해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사물인터넷의 기술 수준이 높았다면 세월호 침몰 때 승객 전원을 구조할 수 있었고,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학대가 사라질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국방부의 군 전력 강화 방안에도 사물인터넷이 주된 도구가 되는 요즘이다. 언제나 칸막이를 제거하는 연결과 개방이 편안함과 안전성만을 가져다줄까. 일자리가 줄고, 통제의 권력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단절성도 필요한 인간과 사회의 생리와 충돌하는 것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사물인터넷은 유행어가 아니다. 산업적 측면만 앞세울 기술도 아니다. 우리 사회의 법·제도·의식과 기술의 상관성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를 반영하는 패러다임이다. oshun@munhwa.com
오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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