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청와대와 정부 및 정치권 등에 따르면 남북 정상이 만날 계기가 마련된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3월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고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재개됐다고 가정하면 5월에 분위기가 무르익을 수도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쉽게 찾아올 기회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김 제1위원장을 만났을 때의 그림이 썩 좋지 않다. 김 제1위원장이 참석한다면 국제무대 첫 데뷔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자칫 ‘들러리’가 될 수 있다. 러시아가 김 제1위원장을 전승기념 행사의 ‘흥행카드’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다자 무대에서 ‘조우’ 이상의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도 힘들어 보인다. 이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회담을 위한 회담이 돼서는 안 된다”거나 “이벤트성 대화는 도움이 안 된다”고 했던 박 대통령의 발언과도 배치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우방국들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와 대치하고 있는 미국이 러시아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에 한국 정상이 참석하는 것을 좋게 볼 리가 없다. 국내의 부정적 여론도 읽어야 한다.
반대로 행사에 불참할 경우 우려되는 지점도 적지 않다. 유라시아를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묶고 이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파트너인 러시아 측의 초청을 고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초청에 응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최근 북한과 정치·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북한 편향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정부가 경제성이 낮은 나진-하산 물류협력 프로젝트에 참여를 결정한 것도 남북관계는 물론 한·러 관계를 고려한 측면도 있었다.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오는 5월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행사에 참석할지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5월 일정은 아직 확정된 게 없고, 여러 가지 일들이 경합하는 것이어서 그런 상황 속에서 검토할 내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