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복수의 새누리당 지도부에 따르면 이완구 원내대표는 20일 밤 주호영 정책위의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주 의장은 ‘정부와 (연말정산 문제로) 붙을 거냐’라는 취지로 판단을 물었고 이 원내대표는 “오케이”라고 답했다. 다음날인 21일 오전 김무성 대표와 이 원내대표 및 주 의장 등 3인이 최고중진연석회의를 하기 직전 회동해 ‘작전’을 짰다. 여기서는 김 대표가 먼저 연말정산 증세론을 치고 나가고, 이 원내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아 관련 세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백업 발언을 하고, 주 의장이 구체적인 대안을 설명하는 식으로 ‘역할분담’이 이어졌다. 여권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최경환 부총리와 한 판 붙자”고 의기투합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사전 양해는 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각본에 따라 21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 대표가 “최 부총리의 발표는 정부의 정책 설계 실수를 인정한 것”이라며 “납세자가 부당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반드시 시정되도록 하겠다”고 치고 나갔다. 곧바로 이 원내대표가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달라”며 주 의장에게 “오늘 중으로 정부를 리드해 결론을 내달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주 의장은 “법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시행은 틀림없고 이미 부과된 부분에 대해서도 시정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소급 방침을 밝혔다. 그리고 이날 오후 당·정 협의는 당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그 결과 21일 오후 이뤄진 당정 협의에서도 최 부총리를 앞에 두고 이 원내대표 등은 강하게 정부를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이 원내대표가 ‘당 출신인 최 부총리의 면을 생각해서 이 정도로만 한다’고 했지만 정부에 대한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경제살리기 등은 여전히 당·정·청이 견고한 연대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청와대와 정부의 인적 쇄신·개헌 등의 이슈에 대해서는 당의 목소리가 점차 커질 전망이다. 이 원내대표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연말정산 논란은) 개별 사건이지, 당·청 간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대표적인 친박(친박근혜)계 인사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전북 전주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당과 청와대는 정말 한몸이 돼야 한다”며 “대통령과 당 대표 간 정례회동이 올해는 정말 실질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이 독자 행보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