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태백산맥’ 필사본 감사패 수여식에서 기증자들이 조정래 작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위승환 씨, 조 작가, 노영희 씨, 김기호 씨.  해냄 제공
21일 ‘태백산맥’ 필사본 감사패 수여식에서 기증자들이 조정래 작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위승환 씨, 조 작가, 노영희 씨, 김기호 씨. 해냄 제공
200자 원고지로 1만6398장 조정래문학관, 3명에 감사패전남 보성군에 사는 위승환(60) 씨는 군청 지역경제과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2년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전 10권) 필사를 시작했다. 보성군 벌교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평소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업무가 바쁜 데다가 팔을 다치는 바람에 도중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2013년 공직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그해 8월 25일부터 다시 시작한 필사는 모두 625일이 걸렸다. 10권의 책을 필사하니 200자 원고지 1만6398장에 달했다.

부산 출신 노영희(57) 씨는 2014년 4월 1일부터 올 1월 11일까지 ‘태백산맥’ 필사를 했다. 매일 네 시간씩 옮겨 쓰다 보니 눈이 침침해져 그만두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다. 그러나 창작에 대한 열망이 있는 그는 “계속 하다 보면 글쓰기가 늘 것 같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광주의 한 정보기술(IT) 회사에 근무하는 김기호(47) 씨는 “올해 고3이 되는 딸에게 공부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필사를 했다. 2014년 1월 1일부터 9월 21일까지 9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태백산맥’을 필사한 이들 세 명의 독자는 각고의 노력이 깃든 필사본을 보성군에 있는 태백산맥문학관에 기증했다. 필사본 기증자는 지난해 6명에 이어 9명으로 늘었다.

문학관 측은 21일 현지에서 이들 기증자에 대한 감사패 전달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조정래 작가를 비롯해 송영석 해냄출판사 대표, 최선호 작가세계 대표, 박철화 문학평론가 등 문학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조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미련한 사람이 10권이나 되는 소설을 썼는데 이것을 필사하는 사람도 못지않게 미련하다. 그러나 역사는 미련한 사람들이 바꾼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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