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21일 신년 업무보고에서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면서 제1 정책 방향으로 ‘헌법 가치 수호를 통한 국가정체성 확립’을 제시하고, 실천 대안으로서 ‘헌법 부정세력 엄단’과 함께 ‘이적(利敵)단체 해산 등 제재’를 열거했다. 2013년 11월 5일 통합진보당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해 지난해 12월 19일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을 견인한 데 이어 올해는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다듬어 반(反)대한민국 세력을 단죄하겠다는 의지를 다잡은 것이다.

현행 국보법에는 이적단체 구성·가입 처벌 규정 이외에 강제해산 근거는 없다. 그 결과 대법원이 반국가·이적단체로 확정 판결한 25개 조직 가운데 10여 개가 계속 활동 중이라고 한다. 법무부 보고는 이런 안보형사법적 불비(不備)를 바로잡기 위한 ‘심재철법(法)’의 시급성을 거듭 상기시킨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관련 법안을 2010년 9월 1일, 2012년 7월 31일 및 2013년 5월 6일에 걸쳐 3차례 발의해왔지만 하나같이 외면당해왔다. 심각한 국회의 직무유기다. 여야는 2월 국회에서라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대법원이 특정 단체의 이적성을 확정 판결한 이후에도 그 조직이 계속 암약할 수 있도록 내버려둔다는 것은 법치 대한민국의 자기 부정이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무관용 원칙’도 역설하면서 ‘제복 착용 경찰관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엄벌’을 예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깨진 창문 하나를 방치하면 다른 창문들도 깨진다”며 ‘깨진 창문 이론’을 원용했다. 공권력에 대한 도전부터 생활 주변의 불법까지 법치 사각(死角)을 메워야 한다는 당연한 인식이다.

심재철법의 시급성이 커지는 데 비례해 심재철법 입법을 저지하려는 시도도 더 극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집회·결사의 자유를 내세운 궤변은 물론 ‘색깔론’이나 ‘종북(從北) 몰이’ 등의 역공세도 여전할 것이다. 법무부는 ‘헌법의 적’에 대한 일말의 관용도 무책임한 죄책일 뿐이라는 결연한 자세로 국회와 협연해 심재철법을 관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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