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권 /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지난해에는 공안 사건 의뢰인에 대한 묵비권 강요, 거짓 진술 요구, 간첩 제보자 누설, 질서 유지에 나선 경찰관 폭행 등 경비·수사·사법 방해를 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7인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청구와 이들 중 5인 변호사에 대한 형사소추가 있었다. 올 들어서는 노무현정부 시절 과거사정리위원회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조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일부 민변(民辯) 변호사가 나중에 관련 사건 소송을 수임해 변론을 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입만 열면 비리 타파와 정의 구현을 외치는 민변 변호사들이 지난해에는 ‘공안 탄압’이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정치적 목적에 의한 표적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단다. ‘유리로 된 집에 사는 사람은 돌을 던지지 말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제44조), 의문사 진상 규명에 관한 특별법(제38조)은 공무원이 아닌 위원회 위원을 공무원으로 의제(擬制)하고 있고, 변호사법(제31조1항3호)에는 공무원으로서 취급한 사건의 수임을 할 수 없게 돼 있으며, 이를 어기면 변호사법상의 징계를 받거나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제91조·113조). 판·검사를 포함해 공무원으로서 처리했던 사건의 수임을 금하는 이유는 추후 수임을 노려 일방을 배려해주는 등의 불공정한 일 처리를 우려해서이다. 그런 만큼 엄밀하게는 민변의 관련 변호사가 과거에 과거사 위원으로서 공정하게 활동했느냐 하는 점도 따져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과거사 위원으로서 취급했던 사건의 수임이 변호사법 위반임은 분명해 보인다.

동시에 공무원으로서 처리했던 사건의 수임을 금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기가 관여했던 사건을 수임해서는 변호사로서의 품위(변호사법 제1조·제2조)를 견지하면서 공정하게 일 처리를 할 수 있겠느냐 하는 자연적 정의에서 나오는 우려 때문이다. 과거에 자기가 관여했던 사건의 처리는 판사의 경우 제척(除斥) 사유가 된다. 변호사는 장사꾼이나 사업가가 아니라, 판·검사와는 국가가 고용하느냐 당사자가 그렇게 하느냐의 차이일 뿐 기본적으로는 법질서 때문에 존재하는 법관이다. 판·검사가 변호사가 될 수 있고 변호사가 판·검사 될 수 있는 이른바 법조 일원주의도, 법률 사건의 수임 등의 업무를 변호사만이 독점하는 특권을 법으로부터 부여받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기가 과거사 위원이라는 공적 신분을 가지고 수행했던 업무의 파생(재심·국가배상)사건을 이제는 변호사로서 수임해서 수임료 수입을 올린다는 것은 법을 지키는 법관으로서는 자연적 정의에 반하는 치사한 일이 된다.

재심·배상 사건의 판결이 나오기 시작한 지 꽤 여러 해 된 이 시점에 검찰이 불법 수임 사건 수사에 나서는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 해답의 하나는 변호사회의 실상에서 찾아야 한다. 변호사회의 존재 이유는 변호사들의 자율 규제를 위해서다. 변호사 세계를 규율하는 일차적 책임은 변호사회에 있으며 변호사회에 의한 자율 규제가 실패하는 경우에 이차적·보완적으로 국가 즉, 검찰이 나서게 돼 있는 것이 변호사법의 이상이다. 그러나 동업자끼리 봐주는 문화 때문에 변호사회의 자율 규제 기제가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 실정이다. 민변 변호사들의 변호사법 위반에 대한 규제는 소속 변호사회에 의해 진작 이뤄졌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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