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점 없는 인간은 없다. 그러나 세상은 없는 결점도 조작해서 매장을 시키고, 있지도 않은 장점을 내세워서 영웅으로 만들기도 한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자위하느니 차라리 패배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낫다.

역사가 바로 그렇지 않은가? 역사는 이긴 자의 기록이며 지금도 그렇게 이어져 온다. 언론이, 매스컴이 만든 악인과 영웅의 이면을 들여다볼 사이도 없이 시간이 지난다. 그 사이에 또 다른 영웅과 악인이 대중을 사로잡는 것이다. 서동수가 김동일 위원장과 둘이 저녁 식탁에 마주 앉았을 때는 오후 7시 반이다. 김동일은 평양에서 전용 헬기로 날아온 것이다. 수행원들도 헬기를 이용한 터라 만찬장인 한국관 근처는 한동안 헬기 소음에 덮여 있었다. 시중드는 사람도 나간 다섯 평짜리 밀실에 둘이 되었을 때 서동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갑자기 웬일이십니까?”

이럴 때는 자연스러운 말투가 낫다. 그때 김동일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서동수를 보았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습니까?”

“글쎄요.”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식탁을 내려다보았다. 작년 말에 후보 제의를 일축하면서 박세중을 추천했다가 한국당 내부의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그래서 서동수는 중립을 선언하고 물러앉은 상태인 것이다. 지금 한국당은 박세중과 한국당 대표인 임종규, 전(前) 국무총리 조수만까지 셋이 피 튀기는 후보 경쟁을 하는 중이다.

야당인 민족당은 지난번 김동일이 건네준 간첩 연루자 숙청으로 치명상을 입고 나서 조직을 정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통일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믿는 국민 여론은 80퍼센트 이상이 한국당을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한국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제 후보가 되면 전열이 정비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입니다.”

“그렇게 될까요?”

머리를 기울였던 김동일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맑은 눈이다. 눈동자는 또렷했다.

“요즘은 북남 간 소통이 잘 되어서 여러 채널로 저에게 연락이 옵니다, 장관님.”

김동일의 얼굴에 희미하게 웃음이 떠올랐다.

“제가 직접 연락을 받지는 않았지만 한국당 후보 세 분이 각각 연락을 해왔습니다.”

“…….”

“모두 지원해 달라는 내용인데 그 대가로 여러 가지를 주겠다고 하더군요. 세 분이 조금씩 달랐지만 비슷했습니다.”

서동수가 소리죽여 폐 안에 담겨 있던 숨을 뱉었다. 한국당 후보가 김동일의 지원을 받는다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다. 지금은 옛날과 달라서 북한 역풍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통일에 대한 열망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른 상황이다. 따라서 김동일의 한마디에 당선이 된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김동일을 보았다.

“위원장께서는 염두에 두고 계신 후보가 있습니까?”

“셋 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바로 대답한 김동일이 엽차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 현실과는 맞지 않지만 그 세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임진왜란 전에 일본에 사신으로 다녀온 황윤길, 김성일의 보고가 떠올랐습니다.”

“…….”

“위기를 앞에 두고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신하들이 떠오르더란 말씀입니다. 그래서 제가 좀 걱정이 되어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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