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해방 70주년 베를린서 기념연설 통해 ‘과거사 반성’ 거듭 밝혀 “나치 만행을 되새겨 기억하고, 모든 형태의 반유대주의와 맞서 싸우는 것은 독일의 영구적 책임이다. 독일은 수백만 (유대인) 희생자에 대한 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2005년 총리 취임 이후 수차례 나치 정권의 반인류적 만행을 공개 사과해 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0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또다시 나치체제하의 과거사를 겸허히 사죄하고 독일이 반인종주의, 반유대주의에 맞서 앞장서 싸워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촉구했다.

dpa,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26일 베를린에서 열린 아우슈비츠 해방 7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아우슈비츠는 항상 인간성 회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일깨우며, 독일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이들(이민자들)을 적대시하는 구호를 따르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독일에서 살고 있는 약 10만 명의 유대인들이 “모욕당하고 공격받거나 위협받는 것은 독일로서는 불명예스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유대 커뮤니티를 지키는 것은 (독일의) 국가적 의무”라고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2013년 독일 현직 총리로는 최초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강제수용소였던 뮌헨시 인근의 다하우 추모관을 방문해 “이곳은 독일이 인종과 종교, 성별 등의 이유로 사람들의 생존권을 빼앗는 데 얼마나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를 영원히 경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2년에는 홀로코스트 피해자에 대한 배상협약을 60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정해 대상을 대폭 확대하면서,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을 통해 “홀로코스트 범죄가 너무 크고 막중해서 배상협약을 계속 수정해 나가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26일 베를린 의회에서 열린 별도의 기념행사에서는 연정 다수당인 기독교민주당(CDU)의 페터 타우버 사무총장은 “우리는 나치 만행과 독재 체제를 기억해야만 한다”면서 “특히 어려서부터 인종주의와 전체주의를 인식할 안목을 갖게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의 지모네 페터 당수는 “나치 범죄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독일 사회 전체의 집단적 책임”이라며 최근 고개를 드는 인종주의, 반유대주의와 싸워야 한다고 가세했다.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0주년 행사는 27일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과 폴란드 총리 출신인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정상회의 상임의장,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의 지도자들과 수용소 생존자 약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아우슈비츠 해방 기념식은 10년에 한 번씩 대규모로 치러지며, 2005년 당시 행사에 참석한 생존자는 약 1500명이었다.

아우슈비츠박물관의 피오트르 치빈스키 관장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생존자 다수가 모이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의 주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 초청받지 못했다. 약 100만 명의 유대인이 목숨을 잃은 아우슈비츠는 1945년 1월 27일 소련의 붉은 군대에 의해 해방됐으며, 당시 수용소에는 약 7000명이 생존해 있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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