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의 핵심대상으로 거론되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위원들과 대화하는 내용을 한 발짝 뒤 떨어진 곳에서 부동자세로 경청하고 있다. 김 실장은 청와대 개편 및 내각인선 작업이 끝난 뒤 물러날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인적쇄신의 핵심대상으로 거론되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위원들과 대화하는 내용을 한 발짝 뒤 떨어진 곳에서 부동자세로 경청하고 있다. 김 실장은 청와대 개편 및 내각인선 작업이 끝난 뒤 물러날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능력중심 ‘대탕평인사’ 요구 확산교체예고 김기춘, 인사위원장役
1·23 쇄신서도 ‘실세 3인’ 유임
이재만 인사배제 불구‘의혹’여전


안대희·문창극 등 두 명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로 인사 난맥상에 대한 비판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4년 6월 26일,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긴급 브리핑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공백과 국론 분열을 더 방치할 수 없어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켰다는 발표를 하기 위해서였다.

청와대는 이처럼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사실상 백기투항하면서 인사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다. 윤 수석은 당시 “인사수석을 신설하고 인사비서관과 인사혁신비서관을 둬 철저한 사전 검증과 우수한 인사 발굴·평가를 상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인사 검증을 도맡아 온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나서기 전에 인사·인사혁신비서관실에서 사전 검증을 통해 인재풀을 구축, 공직자 발탁 시 실질적으로 이중 검증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설명이었다.

더 이상 ‘인사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이었지만 7개월이 흐른 27일 현재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전문가들은 고개를 흔들고 있다. 내 사람만 고집하고 아는 사람만 데려다 쓰는 ‘수첩 인사’, 쓴 사람을 또 쓰는 ‘회전문 인사’, 비어 있는 자리도 못 채우는 ‘만만디 인사’ 등 고질병으로 지적받아 온 문제점은 해결된 게 없다는 얘기다. 특히 인적쇄신 대상 1호로 지목돼온 김기춘 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으로서 청와대 개편 및 개각 인선을 관장하고 있는 현실은 역설이라는 지적이다. 책임져야 할 김 실장이 나가는 날까지 인사를 챙긴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방위적인 인사개입 논란을 낳았던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인사위원회 멤버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에도 의혹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인사수석실 신설 과정 자체는 늑장 인사의 전형을 보여줬다. 2014년 6월 신설 방침이 발표된 뒤 진용을 갖추는 데만 6개월 이상 걸렸다. 2014년 8월 정진철 인사수석과 김동극 인사비서관이 임명됐지만, 김승호 인사혁신비서관 임명은 지난 주말인 23일쯤에야 전해졌다. 인재풀은 넓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좁아지는 모습이다. ‘1·23인사’ 때 특보단 구성에서 일부 상향식 추천을 받는 등 변화 움직임도 나타났지만 ‘충성도’를 잣대로 믿는 사람만 계속 쓰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빗발치는 경질 요구에도 불구하고 소위 실세 3인방(이재만 총무·정호성 부속·안봉근 국정홍보 비서관)을 끝까지 보호하는 것, 총리와 2명의 부총리 모두를 여당 대표·원내대표 출신으로 채운 것도 변화를 무색하게 하는 단면이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대탕평 인사’ 약속을 지키지 않고 충성도 중심으로 인사를 하면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며 능력 중심 탕평 인사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승함(정치외교학) 연세대 교수는 “국민들은 인사 혁신을 요구하는데 대통령은 ‘내 사람’만 고집하고 있으니 갈수록 정서적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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