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6일 ‘국무총리(이완구)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경제 활성화와 안전혁신, 비정상의 정상화, 공직기강 확립 등 시급한 국정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적시했다. 이 후보의 역량이나 본인의 책임총리 의지 등은 청문회, 나아가 총리로 취임한다면 그 실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에 앞서 이 후보의 국무총리-국회의원직 겸임은 국가 시스템에 대한 훨씬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최근의 여당 원내대표 3명이 모두 입각하고, 또 내각에서 돌아온 의원은 원내대표에 출마하는 등 정부와 국회의 인적(人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우선, 이런 ‘행정부-입법부 회전문’인사는 대통령중심제의 ‘3권 분립(分立)’이라는 헌법의 대강(大綱)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국회법 제29조는 국무총리·국무위원을 의원 겸직 불허의 예외로 돌려두고 있지만 ‘편법’일 뿐이다. 지역구 의원들이 입각하면서 의원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것도 ‘의원 직무의 성실한 수행’에 위배된다.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연 1969년 ‘3선 개헌’이전까지 헌법은 ‘국회의원은 국무총리·국무위원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명시해 놓았었다. 내각책임제와 달리 대통령중심제에서는 의회가 대통령 권력을 엄격히 견제·감시해야 한다. 내각책임제에서는 ‘국회 해산’이라는 책임을 지는 장치가 있지만 그것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와 의회의 ‘짬짜미’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된다.

이런 자명한 문제점 외에 ‘행정의 정치화(化)’도 여간 심각하지 않다. 포퓰리즘이 도를 넘고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해당 정치인들이 국정 수행에 전념하기보다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수단으로 삼는 경향도 불가피하다. 이 후보의 경우 벌써 ‘충청권 대권주자’로 거론될 정도다.

이런 현상은 인사청문회 역사가 길어지면서 심화해 왔다. 후보가 국회의원인 경우, 청문회 통과가 쉽기 때문이다. 이 후보 청문회에 나설 야당 의원이 없어 인선난을 겪고 있다는 웃지못할 얘기도 있다. 결국 여야를 초월한 정치권의 집단 이기주의, 그리고 청문회 통과를 노린 대통령의 편의주의가 국가 시스템을 왜곡하고 있다. 이런 비정상도 이제 시정(是正)돼야 한다. 이 후보부터 의원직을 내놓고 총리직에 올인하는 배수진을 치는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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